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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1 13:05 수정 : 2016.09.21 21:02

서기 859년에 설립된 알카라위인 도서관의 전경.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859년 설립된 모로코의 알카라위인 도서관
온습조절, 철통보안, 디지털 스캐너 등 갖춰
9세기 쿠란 필사본 등 희귀 고서들 다수 소장

서기 859년에 설립된 알카라위인 도서관의 전경.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 디지털 스캐너와 온습도 조절 장치 등 첨단 도서 보존시설을 갖추고 다시 문을 연다.

모로코의 고대 도시 페스에 있는 ‘킨자나트 알카라위인’ 도서관이 3년여에 걸친 보수 공사와 현대화 작업을 마치고 올해 말께 재개관할 예정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메디나’라고 불리는 페스 구도시 지역에 자리잡은 이 도서관은 역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알카라위인 대학교의 도서관으로, 서기 859년에 설립됐다.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한 이슬람 양식 건물이 위용을 뽐낸다.

도서관과 대학 건축 당시 모로코는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지브롤터 해협의 교통 요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에 힘입어 융성했다. 모로코의 중심도시 페스는 알카라위인 대학과 도서관이 건립되면서 아랍 세계의 교육과 문화 중심지로 입지를 굳혔다.

이 도서관의 철제 출입문은 한때 인근의 웅장한 알카라위인 모스크와 연결됐던 회랑에 서 있다. 철문에는 서로 다른 4개의 잠금장치가 있는데, 각각의 열쇠를 하나씩 갖고 있는 4명의 관리자가 모여야만 문을 열 수 있다.

알카라위인 도서관의 철문. Kareem Shaheen
보수가 거의 마무리된 도서관은 첨단 보안장치뿐 아니라, 새 하수 시설, 고서에 치명적인 실내 습기를 배출하기 위한 지하 배습관, 지나치게 건조한 공기로 필사본이 바스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온습 조절 장치 등을 갖췄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글자가 희미한 고서 필사본을 판독하기 위한 디지털 스캐너도 구비했다. 시공 기술자들은 도서관 건물의 내외장을 개보수하면서 일부 목재들을 재건했지만, 최대한 원 상태를 유지하려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도서관의 진가는 외양이나 시설보다 소장 도서들에 있다. 길게는 1000년이 넘은 귀중한 고서들과 희귀본 등 4000여개의 인류문화재급 도서들을 다수 보존하고 있어서다. 최고 보물은 9세기에 낙타 가죽에 쿠피체로 쓰인 이슬람 경전 <쿠란>의 필사본이다. 쿠피체는 7세기 <쿠란>의 원전에 쓰인 아라비아 문자의 서체다.

얼카라위인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모스크의 앞마당.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슬람권에 있는 세계 최고의 도서관이 1200년의 시차를 두고 두 여성에 의해 설립되고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것도 이채롭다.

9세기 중반 튀니지의 부유한 상인의 딸인 파티마 알피흐리는 당시 마그레브(지중해 연안의 북아프리카 지역) 문화권의 중심지 중 한 곳이던 모로코 페스에 도서관과 대학, 모스크를 아우른 교육과 신앙과 문화 복합단지를 건설했다. 이 대학은 12세기 유대인 철학자인 모세 마이모니데스, 14세기 이슬람의 대표적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븐 할둔, 16세기 안달루시아 출신 외교관 레오 아프리카누스 등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귀중한 서책들이 오랜 세월과 구식 시설에 낡고 훼손될 우려가 커졌다. 모로코 정부는 2012년 도서관 시설 보수를 결정하고, 자국의 여류 건축가인 아지자 차우니에게 책임을 맡겼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었던 건축 부문의 시공 계약을 여성 전문가가 따낸 것도 파격이었다. 차우니는 “(도서관 보수가) 마치 상처를 치유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알카라위인 도서관의 열람실 내부 모습. Kareem Shaheen
그는 “도서관이 곧 재개관해 사람들이 처음으로 필사본을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제2의 집’ 같은 공간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며 “도서관의 가치는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그 본연의 기능에 있다”고 말했다. 차우니 본인도 이 대학 도서관과 간접적인 인연이 있었다. 19세기에 자신의 증조부가 고향 마을에서 노새를 타고 이 대학에 공부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는 “증조부의 집들 중 하나는 도서관이었다. 신비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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