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18 16:08
수정 : 2016.09.18 16:08
17일 오후, 미 공군기가 시리아 육군 기지 공습해
휴전 기간중 공습… 시리아 내전 해결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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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 텔아비야드 지역에서 쿠르드족의 경찰서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 위로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텔아비야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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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시리아 정부군 62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군의 공습은 2년 전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뒤 처음 있는 일로,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임시 휴전 기간 중에 발생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7일 오후 5시께 미국의 F-16, A-10기 등 4대의 전폭기와 공격기가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에즈조르 공항 인근에 자리한 시리아 육군 기지를 약 20여분간 공격했다고 시리아 관영 통신 <사나> 등이 전했다. 데이르 에즈조르 지역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포위하고 있는 곳이며, 시리아 육군은 이슬람국가와 싸우며 이곳에 주둔중이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이 4차례에 걸친 미군의 공습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군인 62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시리아 정부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관리들로부터 표적이 된 병력과 차량이 시리아군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통지받은 뒤 바로 공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미군 정찰기가 추적하던 이슬람국가의 탱크 중 하나가 시리아 육군 기지에서 발견됐고, 이후 공습이 이루어졌다”며 “(공습은) 정보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상 시리아 정부군의 기지를 이슬람국가의 본거지로 오인한 것이다.
이번 공습은 미군이 2년 전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을 시작한 뒤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했다고 인정한 첫 사례다. 미국 정부는 고의적인 공습이 아니었다면서 시리아 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했지만, 시리아 정부는 <사나> 통신을 통해 “미군이 이슬람국가와 같은 테러 집단을 돕고 있다”며 비난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는 러시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도록 했다고 밝혔으며, 키르기스스탄을 방문중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은 여전히 정상적인 반군과 범죄자·테러 집단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임시휴전을 갖던 민감한 시기에 미군의 오폭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한 공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협상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12일 일몰부터 1주일간 시리아 내에서 임시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안에는 휴전을 강제할만한 구체 조항이 없고, 협상 당일에도 러시아군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습이 이어지면서 합의안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 센터의 애런 밀러 중동 전문가는 “이번 공습으로 인해 미국이 이슬람국가와 한패라는 음모론이 더 강화되었으며, 휴전 협정에 협조하지 않으려는 아사드 정권에 빌미를 주게 됐다”고 분석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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