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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13 15:23 수정 : 2016.09.13 20:52

남수단 키르 대통령-반군 마차르 부통령 ‘피묻은 돈’ 치부
내전 30만명 사망에도 권력자들은 호화주택·자동차·주식…
조지 클루니 창설 ‘감시병 프로젝트’ 조사 보고서 공개

살바 키르(왼쪽) 남수단 대통령이 지난해 7월9일 독립기념일에 수도 주바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3년째 내전 중인 남수단에서 권력투쟁의 당사자들이 전쟁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쌓으며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배우 조지 클루니가 공동창설한 조사 프로젝트 기구 센트리(Sentry·감시병)는 12일 남수단 대통령과 측근 뿐 아니라 반군 지도부 실세들이 내전을 통해 치부를 하고 있는 실태를 조사해온 보고서를 공개했다. 2년여에 걸쳐 각종 기업 자료와 법적 기록, 금융 정보, 제보, 인공위성 사진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다.

남수단은 지난 2011년 수단에서 분리독립한 아프리카 신생 국가로, 독립 2년만인 2013년부터 내전에 휩싸여 지금까지 30만명이 숨지고 전체 인구(약 1190만명) 4명 중 1명꼴인 250만명이 집을 잃었다. 수백만명이 기아 선상에 허덕이고, 성폭행은 전쟁 무기로 동원되고, 소년들이 총알받이로 징집된다. 하지만, 내전을 일으킨 당사자들인 살바 키르 대통령 쪽과 리에크 마차르 부통령 쪽은 국외 호화 주택에서 온갖 사치를 누리며 살고 있다.

센트리는 보고서에서, 키르 대통령의 가족이 케나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부촌인 라빙턴에 460㎡ 고급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르 대통령은 공식 연봉이 약 6만달러(6694만원) 정도이지만 각종 불법 거래를 통해서 부를 축적했다. 키르의 가족은 석유, 광산, 건설, 도박, 은행, 통신 등 20여곳이 넘는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심지어 키르 대통령의 12살 아들도 지난 2월 설립된 한 지주회사의 지분 25%를 갖고 있다. 대통령 아들들의 여권에는 직업이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적혀있다. 키르 대통령의 측근인 군 총사령관 폴 말롱도 우간다에 200만달러짜리 호화주택을 갖고 있다.

미국 배우 조지 클루니가 12일 워싱턴에서 남수단 내전이 정부군과 반군 지도자들의 치부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밝힌 센트리 보고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사정은 키르 대통령에 맞서 반군으로 돌아선 마차르 부통령 쪽도 마찬가지다. 마차르의 가족들도 인접국 케냐의 나이로비에 호화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나이로비 외곽 지역에 침실 6개, 욕실 5개를 갖추고 높은 담장을 친 주택에 살았으며, 지금은 나이로비의 다른 부촌에 집을 갖고 있다. 끔찍한 유혈충돌과 반인도주의적 범죄로 국민 대다수가 신음하는 동안, 정작 내전으로 서로 싸우는 최고 권력층의 가족들은 안전한 외국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셈이다.

센트리는 “남수단 내전이 키르 대통령이 속한 딩카족과 마차르 부통령이 속한 누에르족이 대립하는 종족 분쟁으로 비화됐지만, 본질은 고위층들이 석유와 같은 남수단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는 약탈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또 내전 종식을 위해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정부군과 반군 지도자들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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