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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3 11:47 수정 : 2016.08.23 11:51

개설 하루만에 7만5000달러…목표액 두 차례나 올렸어도 2배 초과
미국 내 에티오피아인들은 법률 자문팀 꾸려 리우데자네이루 급파

지난 21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 올림픽 마라톤에서 2위로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자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항의해 엑스(X)자 세리모니를 펼친 페이사 릴레사(26) 선수를 돕기 위해 개설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21일 브라질의 리우 올림픽 마라톤에서 2위로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엑스(X)자 세리모니를 펼친 페이사 릴레사(26) 선수에 대한 후원금이 밀려들고 있다. 릴레사 선수는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자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지지하는 뜻으로 두 팔을 ‘엑스’자로 겹치는 세리모니를 펼쳐 순식간에 세계의 눈길을 끌어모았다. ▶관련기사= <한겨레> 2016년 8월 23일 7면, 정부 비판 세리머니 마라토너 “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릴레사 선수의 사연이 알려진 직후 그를 돕기 위해 미국에선 ‘#오로모 시위(#OromoProtests)’라는 해시태그를 단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개설됐다. 이 사이트가 개설된 지 겨우 하루가 조금 지난 22일 밤(현지시각) 현재 7만5360달러(약 8400만원)의 성금이 쌓였으며,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펀딩 사이트에는 “우리는 모든 에티오피아인들과 인권 옹호자들에게 마라토너 페이사 릴레사를 지지하는 데 필요한 후원금 마련을 호소합니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대단히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로모 시위와 에티오피아 자유운동의 국제적 상징이 되었습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펀딩 사이트를 개설한 인물인 솔로몬 응가쉬는 2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초 기금 목표액은 1만달러였는데 불과 한 시간 만에 달성했고, 목표액을 2만5000달러로 올린 뒤에도 몇 시간 만에 이를 넘어섰다, 수많은 사람의 성원에 힘입어 이제 목표액을 4만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는데, 이마저도 하루 만에 2배 가까이 초과했다. 응가쉬는 “이건 ‘사기’ 사이트가 아니며, 모금된 돈은 단 한푼까지도 페이사와 그 가족을 돕는데 쓰이며 다른 곳에 쓰이지 않을 것임을 알아달라”며 크라우드 펀딩의 선의와 투명성을 강조했다.

앞서 21일 릴레사 선수는 마라톤 은메달을 확정지은 직후 “에티오피아 정부가 내 부족인 ‘오로모’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내 친척들은 감옥에 있는데, 그들이 민주적 권리를 주장하면 죽게 될 것이다. 나는 오로미아 족의 항의 시위를 지지하는 뜻으로 손을 (X자 모양으로) 들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도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면 죽음을 당하거나 투옥될 것”이라며 “아직 결정을 못했지만, 아마도 다른 나라로 (망명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 에티오피아인들은 펀드 모금과 별개로 릴레사를 돕기 위한 법률자문팀을 꾸려 리우데자네이루로 보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릴레사의 아내와 두 자녀는 현재 에티오피아에 머물고 있는데, 미국 망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에티오피아의 게타츄 레다 공보장관은 <비비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 정부가 릴레사를 체포할 이유가 없으며 그의 정치적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레다 장관은 또 릴레사의 친척들 가운데 오로모 부족 시위와 관련해 투옥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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