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1 16:37
수정 : 2016.08.1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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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수영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페샤와르/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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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지역, 섭씨 50도 가까이 기록하는 등 폭염 이어져
인구 급증에 기온마저 상승 ‘기후 엑소더스’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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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수영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페샤와르/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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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는 게 마치 불에 뛰어드는 것 같아요.”
이라크 남부 도시인 바스라에서 거주하는 대학생 자이납 구만(26)은 폭염에 사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바스라는 지난달 22일 올해 최고 기온인 53.8도를 기록한 이후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몸의 모든 부분이 불에 타는 것 같다”고 말한 구만은 폭염이 시작된 지난 6월부터 해가 뜨는 낮에는 외출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촌 곳곳이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한낮 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 등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지난 7월23일 쿠웨이트의 미트리바 지역은 54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기상기구’(WMO)가 동반구에서 관측한 최고 기록이었다. 비교적 선선한 지역으로 꼽히는 모로코에서도 43~46도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라크에서도 40도를 훌쩍 넘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몇 달간 이어진 폭염은 멀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기후 엑소더스’의 전조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랍권 국가들에서 기후 변화에 더해 급격한 인구 증가까지 예상되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난민 위기까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전했다.
지난 5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키프로스 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2100년 안에 지구 전체 기온은 2도 정도 올라가는 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이보다 두 배인 4도 이상 오른다.
여기에 더해 유엔은 현재 4억여명인 아랍 국가의 인구가 2050년에는 6억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폭염이 맞물리면 결국 물 부족이나 가뭄과 같은 재난이 심화되고, 인간이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바뀐다. 지난해 10월 학술지인 ‘자연기후변화’는 탄소배출량이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2100년에는 두바이를 비롯한 걸프지역 국가의 열지수(대기온도와 습도를 조합한 지수)가 77도까지 오르며 사람이 생존하기 어려운 지역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정부가 전례 없는 가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결국 2011년 시리아 내전과 유럽의 난민 위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하며, 최근의 폭염이 중동 지역 전체에 가져올 더 큰 재난의 전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요스 렐리펠트 연구원은 “폭염과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 폭풍 등은 이 지역을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꿀 것이고, 기후 변화로 인한 이주가 늘어나면서 난민 위기도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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