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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8 18:16 수정 : 2005.10.28 18:16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려야 한다”는 이란 대통령의 발언(<한겨레> 27일 8면)이 국제정치판에서 벌집을 들쑤신 듯한 ‘대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27일 “이란을 유엔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고,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타당하다는 것을 재확인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지도자들도 이날 정상회담에서 “야비하고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은 자국 주재 이란대사들을 소환해 해명을 요구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6일 테헤란의 ‘시온주의자 없는 세계’ 집회에서 “이스라엘 수립은 세계 압제자들의 반 이슬람 조처였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야 한다”고 연설했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정부는 줄곧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해 왔고, 강경한 ‘반 이스라엘’ 구호 역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비비시>는 해마다 라마단이 끝날 무렵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려왔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연설은 전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발언을 반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서방 국가들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양쪽의 치열한 대치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미국과 영국은 이란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고, 11월에는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다음 이사회가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대통령의 호전적인 발언은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란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서방의 주장을 강화할 좋은 기회와 구실이 됐고, 11월 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이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역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 외무부는 27일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범죄와 팔레스타인 탄압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온 데 강력히 항의하라는 훈령을 서방 지역 주재 자국 대사관에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부분 아랍 국가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랍 국가들은 시아파 이슬람국가인 이란의 세력 강화에 신경 쓰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두둔할 상황도 아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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