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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6 16:59 수정 : 2016.07.06 20:26

팔레스타인 총격 입고 전복된 차량에서 유대인 가족 구해
희생자 동료 유대인들 “아랍인 이웃들과 협력 이어가겠다”

3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인 오트니엘에서 열린 랍비 마이클 마크의 장례식에서 마크의 자녀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마크는 지난 1일 가족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향하던 중 헤브론 남부의 고속도로애서 팔레스타인인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오트니엘/AFP 연합뉴스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이었던 지난 1일 팔레스타인 출신 의사인 알리 슈루크는 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하기 위해 동생 마흐무드와 함께 차를 몰고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헤브론 남부의 6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던 그 때, 도로 한가운데에 전복된 차량 옆에서 한 팔레스타인 부부가 슈루크의 차를 세우며 다급하게 외쳤다.

차 안에 다친 소녀가 있어요!”

팔레스타인 부부가 발견한 차량 안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인 오트니엘에서 거주하던 랍비(유대교 율법학자) 마이클 마크(46)와 그의 아내인 샤비(44), 그리고 두 자녀가 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딸인 테힐라(14)는 복부에 큰 부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슈루크는 즉시 테힐라에게 달려가 복부를 수건으로 감싸 지혈했다. 희미한 의식이 있던 테힐라는 슈루크에게 물었다. “저희 가족은 괜찮은가요?” 소녀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슈루크는 “걱정하지마. 부모님은 괜찮아”라고 답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인 마이클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고, 어머니인 샤비는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팔레스타인 무장괴한으로부터 총격을 입고 사고를 당한 유대인 가족에게 베푼 팔레스타인 의사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게 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 외신들이 5일 전했다.

슈루크는 사고 수습이 쉽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슈루크 형제에게 당장 이 곳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마크 가족이 당한 사고는 단순한 자동차 사고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인의 총격으로 인한 사고이고, 부상자를 치료하느라 옷이 피로 흥건하게 젖은 슈루크 형제가 자칫 공범으로 몰려 체포될 수 있다는 걸 우려해서였다. 그러나 슈루크는 마크 가족들이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사고 현장을 지켰다. 슈루크는 “부상자가 이스라엘인인지, 혹은 아랍인인지 구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며 “단지 그들을 도울 수 있어 신에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마크의 가족들도 사고 현장에서 성심성의껏 도움을 베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마크의 장례식이 있던 3일 흥분한 몇몇 조문객들은 “(팔레스타인에) 복수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숨진 마크와 함께 탈무드 학원에서 일했던 동료인 베니 칼마존은 “사고 현장에서 마크의 가족을 구조하고 도왔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오트니엘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아랍인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팔레스타인인들이 공격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보복하면서 양쪽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의 공격으로 30여명의 이스라엘인이 숨졌으며, 이스라엘의 보복 등으로 21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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