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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5 16:42 수정 : 2016.07.05 16:58

“차라리 사담 후세인 더 낫지 않았나”
미국 지원 이라크 정부 무능력에 분노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살고 있는 빌랄 다페르(26)의 가족은 2003년의 이라크전쟁부터 최근 이라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폭탄테러까지 이라크의 비극을 직접 겪은 산 증인이다. 2007년, 10살이었던 여동생은 알카에다를 목표로 한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무너진 집의 잔해에 깔려 숨졌다. 2년 후, 다페르의 아버지는 바그다드 시내에서 운영하던 자동차 정비소 근처에서 테러리스트가 설치한 폭탄이 터져 숨졌다. 당시 생후 5개월이었던 남동생은 형인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자랐다. 다페르는 “학교에서는 사담 후세인이 걸프전쟁을 일으켰던 90년대에 죽었어야 했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후세인이 있었으면 그래도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003년 미국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를 없애겠다는 구실로 시작한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13년이 지났지만, 이라크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불안정과 테러의 공포가 이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등이 4일 전했다. 앞서 주말이었던 3일에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를 앞두고 바그다드 카라다 지역의 쇼핑센터에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215명이 숨졌다. 유엔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전쟁 이후 13년간 폭탄테러와 군사 공격 등으로 숨진 이라크 민간인은 약 16만명에 달하며, 2016년 들어 불과 6개월간 숨진 민간인과 군인은 5000여명에 이른다.

3일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이라크 바그다드 카라다 쇼핑센터에서 이튿날 한 남성이 불에 탄 잔해 위에서 흐느끼고 있다. 카라다/A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련의 테러가 지난 13년간 지속된 이라크의 불안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이라크 팔루자 등 핵심지역을 빼앗긴 ‘이슬람국가’(IS)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테러와 약탈, 종파 분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라크의 정치 공백이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후세인이 제거된 뒤 미국은 전후 복구에 600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들였지만, 여전히 이라크 정부는 기본적인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석유로 벌어들인 부는 정치인들의 사익만 채웠고, 종파 갈등은 나라를 둘로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능력한 정부에 대한 이라크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2014년 종파 갈등 해결에 대한 기대를 안고 취임한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3일 카라다 쇼핑센터 사고 현장을 찾아 “이슬람국가에 대한 승리가 가까워졌다”고 말했으나, 성난 군중들은 총리가 탄 차량을 향해 돌과 신발을 던지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최근의 폭탄 테러가 이라크 지도층의 정당성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분석한 마리아 판타피 국제위기그룹 이라크 연구원은 “정치인들은 부패 척결을 주장하며 올해 들어 두 번이나 그린존(이라크 최고 보안구역)을 침범했던 시위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테러의 바탕에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003년 당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나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 왜곡으로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영국 등의 무책임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이라크 전쟁 참전을 지시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 5월 한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가 초래할 혼란을 과소평가했고, 알카에다나 이란 등 후세인의 공백을 메울 불안 세력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과실을 인정한 바 있다.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의 정당성부터 철수까지 모든 과정을 조사한 ‘칠콧보고서’는 조사에 착수한 지 7년만인 6일 공개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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