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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4 16:55 수정 : 2016.07.04 21:30

외로운 늑대형 테러에서 ‘늑대 무리’형으로 진화
방글라데시 테러는 부유층 자제들이 무리지어
영토 잃을수록 테러위협 커지는 ‘이슬람국가의 역설’
라마단 기간도 무시하는 무차별 테러 확산

이라크 바그다드의 번화한 상가 카라다에서 주민들이 3일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외로운 늑대’에서 ‘늑대 무리’로….

그동안 서방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슬람주의 테러는 한 개인이 조직적 연관 없이 감행하는 ‘외로운 늑대’형이었으나, 이제는 현지인 다수가 참가하는 ‘늑대 무리’형 테러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세계에서 벌어진 이슬람주의 세력의 대형 테러들은 현지에서 성장한 다수의 무슬림들에 의해 이슬람국가(IS)와의 간접적인 연관 속에서 저질러졌다.

■ ‘외로운 늑대’가 ‘늑대 무리’로 진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테러대책 간부를 지낸 브루스 라이델 브루킹스연구소의 알카에다 및 이슬람국가 분석가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이스탄불과 다카 테러는 ‘외로운 늑대’들에 의해 저질러지지 않았다”며 “나는 그 사건들을 늑대 무리 공격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는 프랑스와 벨기에 등 현지 국적을 가진 9명이, 32명이 사망한 벨기에 브뤼셀 공항 폭탄테러는 벨기에 등 유럽 국적의 5명이, 45명이 숨진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는 러시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옛소련 지역 출신 3명이, 지난 1일 방글라데시 테러는 7명의 현지 국적자들이 저질렀다.

현지에서 성장한 이 테러범들은 2014년 이슬람국가(IS) 등장 이후 그 영향을 받고 스스로 테러 세력화한 것이 특징이다. 파리와 브뤼셀 테러 용의자 일부는 이슬람국가 근거지인 시리아에 다녀오기도 했으나, 테러 모의와 범행은 대부분 자력으로 조직했다.

‘늑대 무리’형 테러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처럼 현지 자생형이어서 사전 대처가 힘든데다, 조직적 성격까지 더해져 훨씬 파괴적이다. 특히 외로운 늑대형 테러 용의자들은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난 고학력자들이었지만, 늑대 무리형 테러 용의자들은 저학력의 우범자 출신들이 많다. 서방 등 현지에서 소외된 우범자들이 이슬람국가의 영향을 받고 기존의 범죄 네트워크를 이용해 손쉽게 동조자들을 규합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 테러 용의자들이 전형적이다. 하지만 다카 테러범들은 대부분 부유층 자녀들로 집권당 간부의 아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해외에서 테러분자 모집과 테러 감행을 전담하는 ‘엠니’(EMNI)라고 불리는 조직을 유럽에서 1년 이상이나 운영하며 이런 늑대 무리형 테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수사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 이슬람국가의 역설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국가와 연계된 늑대 무리형 대형 테러의 확산은 최근 이슬람국가가 현지에서 세력 확산이 저지되는 것과 연관이 깊다. 지난달 26일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내 최대 근거지 중 하나인 팔루자를 상실하면서, 외부 테러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애덤 시프 미국 하원 정보소위 위원은 “이슬람국가는 영토를 많이 잃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적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국가가 현지에서 세력이 위축되면 될수록 외부 세계에서의 테러는 급증하는 ‘이슬람국가의 역설’이라는 지적이다.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최소 143명을 사망시킨 폭탄 테러와 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미 영사관을 겨냥한 테러 등도 근거지에서 밀리는 이슬람국가의 반격으로 해석된다. 영국 <가디언>은 바그다드 테러의 간접적인 원인이 팔루자 탈환이라며, 연합군이 이슬람국가를 격퇴할수록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가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슬람국가가 영토를 상실할수록 해외에서 테러 공격의 근거지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1주일 사이에 일어난 테러들이 라마단 시기에 일어난 것도 이슬람국가 테러의 무차별성을 드러낸다. 이슬람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최대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는 전투도 중단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슬람국가는 지난 5월말 아부 무함마드 대변인을 통해 “라마단 기간에 서구에서 테러를 하자”며 “라마단 기간에 순교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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