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07 20:38
수정 : 2016.06.07 20:38
탈출 기도 주민들에 IS 무차별 총격
난민 캠프서도 음식·의약품 태부족
양쪽 공방 가열 주민 5만여명 위기
“지난 주말에만 물에 빠진 시신 13구를 수습했습니다.”
이라크 아미리야 팔루자 지역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하산 압둘파타흐는 이 한마디로 팔루자가 처한 상황을 전했다. 그가 수습한 시신은 이라크 정부군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사이의 격렬한 전투를 피해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탈출하려던 팔루자 지역 주민들의 주검이었다. 대부분 주검에 총상이 있었다고 덧붙인 그는 “추가로 수습한 4구의 시신은 대부분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들이었다”며 팔루자의 참상을 전했다.
이슬람국가의 최대 근거지 중 하나인 팔루자를 탈환하기 위한 이라크군의 공격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인접한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탈출하는 팔루자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총격을 가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6일 전했다. 인도주의 구호단체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는 이날 낸 성명에서 “살기 위해 팔루자에서 도망치는 민간인이 이슬람국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탈출한 것이 확인된 팔루자 주민만 200여명에 이른다. 알렉산다르 밀루티노비치 국제구조위원회(IRC) 국장은 “전 세계는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려다) 지중해에 빠져 숨지고 있다는 소식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것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유프라테스강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팔루자를 탈출해 목숨을 건진 이라크인들이 직면한 현실도 녹록치 않다. 이들은 주로 노르웨이난민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미리야 팔루자의 임시 캠프에 머물고 있는데, 음식이나 의약품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37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부족한 전력 탓에 환풍기조차 돌리지 못한다. 며칠 전 팔루자를 탈출했다는 움 바리크는 “아이들이 너무 걱정돼 목숨을 걸고 팔루자를 떠났지만, 여기서도 너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울먹였다. 유엔은 올초 이라크에 대한 긴급 지원에 8억6000만달러(약 9967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인 지원금은 30%인 2억6000만달러에 불과하며, 올 여름에는 필수 지원조차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
주민 대다수가 수니파인 안바르주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정부군과 함께 공격에 나선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주민들에게 잔학행위를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안바르주 지역위원회의 라자 이사위 위원은 6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사클라위야 지역 전투에서 605명의 민간인이 시아파 민병대 포로로 잡혀 고문 당했고, 이들 중 4명은 숨졌다”고 전했다. 팔루자에서 북서쪽으로 7㎞정도 떨어진 사클라위야는 이슬람국가의 저항이 가장 강력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남성은 “그들(시아파 민병대)은 우리가 ‘다에시’(이슬람국가) 대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다에시와 협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간인 고문 논란이 일자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 대변인은 “민간인 보호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팔루자 탈환 작전 이후 1만8000여명의 주민들이 팔루자를 떠났지만, 아직까지 5만여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팔루자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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