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31 20:27
수정 : 2016.05.31 20:27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양대 맹주’
단교 이어 순례객 안전방안에 이견
시리아·예멘·이라크 등서도 대립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표 국가로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종교·정치적 갈등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란은 오는 9월 이란인들이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의 메카 순례(하지)를 떠나도록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30일 보도했다. 알라 자나티 이란 문화장관은 국영방송에서 “사우디가 장애물을 세워 무슬림의 성소인 메카와 메디나 순례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란 성지순례기구도 사우디가 협력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성지순례를 조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 쪽은 “이란은 이란시민들이 올해 하지 행사에 참가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전능하신 알라와 인민들 앞에 져야할 것”이라며, 이란 대표단이 합의를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메카 순례는 무슬림의 의무 가운데 하나다.
<뉴욕 타임스>는 이란의 시아파가 성지순례에 참가하지 않으면 수니파와의 틈이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하지 때는 메카 대성전에 있던 크레인이 쓰러져 100여명이 숨졌고, 메카 인근 미나의 종교행사 때는 순례자들이 몰려들어 압사사고가 발생해 수천명이 사망했다. 사우디는 압사사고로 700여명이 죽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란은 4500여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사망자가 2411명이라고 집계하기도 했다. 이란은 자국민 464명 등이 숨지자 순례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사우디에 요구해 왔다. 이번 양쪽의 협상도 순례객에 대한 안전 보장 방안에 합의하지 못해 결렬됐다.
사우디와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란은 시아파인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반면, 사우디는 수니파 이슬람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예멘과 이라크에서도 양쪽은 종파에 따른 지원책을 쓰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8일 이란의 몇몇 정부기관 웹사이트가 해커들의 공격을 받는 등 양쪽이 ‘낮은 수준의 사이버전쟁’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에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를 이란이 해킹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1월 사우디가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인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테러 혐의로 처형하자, 성난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해 양국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