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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6 18:41 수정 : 2005.10.27 01:29

이라크전에서 숨진 미군의 수가 2000명을 넘어선 25일 ‘평화를 위한 재향군인회’ 회원과 지지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메리트 호숫가에 미군 사망자들을 기리는 2000개의 촛불을 밝히고 있다. 오클랜드/AP 연합

이라크인 절대다수 헌법통과 뒤 “외국군 나가라” 미국·영국 등 파병국 내부서도 ‘철군’ 요구 거세져 부시 “이라크 정부 통치력 갖출 때까지 철수 안해” 상황 안정될 가능성 거의 없어…‘결단’ 내릴 시점

25일 이라크 새 헌법의 국민투표 통과를 계기로 이라크 주둔 외국군들의 ‘철군’ 여부와 일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헌법에 따라 오는 12월 출범할 이라크 정부는 어쨌든 ‘완전한’ 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는 곧 앞으로는 이라크 정부가 스스로 국방 및 치안의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 제정 논의에 참가한 수니파 지도자들마저 헌법안 통과 이후 미군 철수 쪽으로 공격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해 앞으로 이라크 정국은 혼미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치일정
현재 이라크에는 26개국 15만8천여명의 다국적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 14만명(헌법 국민투표 기간 중 15만9천명)을 제외하면 영국군 8361명, 한국군 3376명, 이탈리아군 3122명, 폴란드군 1700명이 주요 병력이다. 이탈리아와 폴란드 등 10개국 8천여명은 이미 철군을 시작했거나 내년까지 철수할 예정이다. 일본 자위대도 철군 계획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이들이 철군을 마치면 미국과 영국,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파병 병력은 13개국 3천여명에 불과하다.

‘반 외국군’ 정서 고조=이라크전을 주도해온 미국과 영국에선 최근 철군 여론이 폭발하고 있다. 9월말 <가디언>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51%가 “이라크 철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10월초 <시비에스>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59%가 “가능한 한 빨리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미 공화당 의원들까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이라크인들의 반 외국군 정서도 더욱 뚜렷해졌다. 최근 영국 국방부의 의뢰로 이라크대학 연구진이 한 여론조사에서 종파나 민족에 관계 없이 이라크인의 82%가 “외국군 주둔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군이 이라크 치안상황을 개선하고 있다는 응답은 1%에도 못미쳤고, 67%는 “외국군 주둔으로 치안이 더 불안해졌다”고 답했다고 23일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반면 저항세력들의 영국군 공격이 정당하다는 응답은 지역별로 45~65%나 된다.

이런 반감은 영국 안에서 철군 요구가 커지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남부 바스라를 관할하는 영국군이 9월 이라크 경찰에 체포된 자국 병사를 구출한다며 경찰서를 부수고 난입하자, 이라크 민간인과 경찰이 영국군을 공격하는 장면은 영국인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보이지 않는 탈출구=부시 미국 행정부나 영국 정부는 “이라크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이라크군이 자체적으로 저항세력에 맞설 수 있게 되면 철군할 것”이라며 ‘철군’은 물론 ‘철군 일정’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정부는 이라크를 안정시키고 저항세력에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라크 보안군 20만6천명을 훈련시켰지만, 미군 지원 없이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이라크군은 1개 대대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의 여러 지역 치안은 종파와 민족, 정당 등에 소속된 민병대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내년 초쯤이면 이라크 상황이 급격히 안정돼 주둔군 병력을 대폭 감축할 것이라는 미국과 영국의 올 상반기 계획도 최근 백지화됐다.


다국적군 이라크 주둔 상황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은 더 멀어 보인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헌법안 통과로 민주화 일정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하지만 이라크 정부가 통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헌법안 국민투표 결과는 오히려 이라크의 종파 간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헌법안은 찬성 78.6%와 반대 21.4%로 통과됐다. 이라크 인구 중 약 20%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거의 전체가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또한 수니파를 달래기 위해 총선 뒤 6개월 안에 헌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도 혼란의 또다른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라크 헌법 제정 논의에 참가했던 저명한 수니파 지도자 후세인 알 팔루지는 26일 “우리 정치 프로그램의 초점을 미군 철수에 좀더 맞추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 행정부에 건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라크에서 나가거나 철군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 저항세력이 당신네 병사들을 심판의 날까지 계속 살해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헌법이 통과한 25일 바그다드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북부의 술라이마니야에서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15명이 숨졌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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