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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5 10:04 수정 : 2016.05.25 11:45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美드론공습에 사망. (AP/연합뉴스)

탈레반 지도자 물라 악타르 만수르는 이란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만나고 귀환 중이었다. 그가 탄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가 이란-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의 N-40 국도를 타고 퀘타로 달리고 있었다. 그를 추적하던 미국 정보기관은 이제 임무를 미군에게 넘겼다.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던 미군 특전사도 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에 있던 무인기 무장 드론들에게 그 차량을 조준하라고 명령했다. 주변에 다른 차량이 없는지 확인하고 ‘목표물’을 끝장내라고 임무를 부여했다. 곧 만수르는 그의 귀환지 퀘타에 도착하기 전에 드론의 공습으로 동승한 전투원과 함께 사살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미국이 만수르를 제거하기 위해 어떻게 공작했는지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21일 미군 무인기 드론의 공습으로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를 제거한 미국의 공작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장단체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가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것 같다고 AP·AFP통신이 미국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의 피터 쿡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의 외딴 지역을 공습해 결과를 분석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만수르의 2015년 8월 모습. 2016.5.22(AP/연합뉴스)
미국이 처음부터 만수르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만수르를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했다. 워싱턴 쪽에서는 만수르가 전임 지도자 물라 오마르보다는 협상에 여지가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만수르를 지지하기를 거부하면서 탈레반 쪽의 내분이 일자 평화협상에 대한 만수르의 장악력이 의심됐다. 미국은 탈레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파키스탄이 만수르와 탈레반을 평화협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두고 봤다. 파키스탄은 탈레반과 접촉했으나, 지난 2월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와의 만나는 대표의 파견을 거부했다.

이때쯤 탈레반과 접촉을 유지하던 정보원 쪽에서 만수르가 파키스탄을 떠나서 이란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만수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신하던 전임자 물라 오마르와는 달리 잦은 여행을 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만수르가 통신에 사용하는 기기들을 포함해 만수르의 이동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들을 받았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미 행정부 정책결정자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했다. ‘만약 만수르의 위치가 파악되면, 미국은 그를 제거할 것인가?’

4월19일 탈레반은 카불에서 아프간 비밀경찰 기구를 공격해 60명 이상을 사망시키고, 100명 이상을 부상시켰다. 미국은 탈레반이 협상보다는 군사노선을 선택했다는 판단으로 기울었다. 만수르는 협상 거부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이달 초 말했다.

미국은 만수르가 이란의 가족들과 자신이 은신하던 퀘타 사이를 오가는 길을 파악했다. 그는 전에도 여러 차례 이 길을 이용했다. 지난주 미국 정보기관들은 만수르가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귀환하려고 준비하고 있음을 탐지했다.

“행동에 나서게 하는 그런 정보는 희귀”했으나,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방아쇠를 당기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 파키스탄은 아프간과 접경한 부족 지역에서 미 중앙정보국의 드론 공습을 공개적으로는 반대했지만, 뒤로는 묵인해줬다. 하지만, 만수르 제거 공작이 결정될 경우 공습이 감행될 발루치스탄은 상황이 달랐다. 그 곳은 중앙정보국 드론들의 금지구역이었다. 중앙정보국도 오랫동안 이런 내밀한 양해를 준수했다. 이를 어길 경우, 파키스탄 다른 지역에서의 드론 공습도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만수르가 이용하는 N-40 도로는 파키스탄과 접경하는 이란의 자헤단에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의 주도 퀘타를 잇는 도로로, 대부분 발루치스탄 영내를 지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부가 만수르 공작을 주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탈레반도 발루치스탄 영공이 미국 무인기에게는 금지구역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 관리들은 만수르와 탈레반 지도자들이 그 도로를 마음 놓고 이용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 중앙정보국의 드론들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 정보기관들은 만수르가 탄 코롤라 승용차의 여정을 추적하기 위해 신호정보와 다른 위치 정보에 의존했다.

아프간의 국경 지대에 미군 합동특전사령부가 사용하는 무장 드론들이 배치됐다. 미국은 파키스탄 레이더가 이 드론들의 파키스탄 영내 침입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파키스탄은 전투기를 발진시켜 드론들을 격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했다.

흰색 도요타 코롤라가 비거주지역으로 접어들자, 합동특전사령부의 리퍼 드론들이 국경을 넘어서 파키스탄 영내로 진입했다. 드론들은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지대의 산 위로 저공비행하며, 파키스탄 레이더 탐지를 늦추었다.

공습이 감행되기 몇분 전, 이 공작을 지휘하던 미군 지휘부는 공습을 일단 늦추었다. 만수르가 탄 차량이 갑자기 한 건물 앞에서 정차했기 때문이다. 만수르의 차량이 도로로 다시 들어와 다른 차량들과 거리를 넓혔다. 드디어 공습이 시작됐다. 두 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됐다. 차량은 완전히 파괴됐다.

드론들은 생존자가 없는지 파악하려고 파괴된 목표물 위로 선회했다. 곧 드론들은 아프간 기지로 귀환했다. 파키스탄은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통보받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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