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22 10:23
수정 : 2016.05.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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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라 악타르 만수르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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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내전 새 국면
미 국방부 “아프간 화해 장애물
오바마 재가로 드론 표적 공격”
권력투쟁으로 사태 악화 분석도
파키스탄 영내 주권침해 논란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주의 반군인 탈레반의 지도자 물라 악타르 만수르(사진)가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여, 아프간 내전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만수르는 21일 오후 3시께 아프간 접경인 파키스탄 남서부 지역의 아마드왈 마을에서 미군 무인기의 공습을 받고 숨졌을 것이라고 미군 관리들이 이날 밝혔다. 만수르는 차량에 탑승중이었는데 드론 공습을 받아, 동승한 동료 전투원과 함께 숨졌다고 전해졌다. 이날 공습은 만수르를 목표로 한 것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이뤄졌다고 미군 쪽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의 피터 쿡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그 공습 결과들을 아직 평가하고 있으며 더 자세한 정보를 나오는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작전 재가 사실까지 공개된 것으로 보아 만수르 사망은 거의 확실시된다.
만수르는 지난 2013년에 숨진 탈레반의 창립자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의 뒤를 이어 2015년 탈레반 지도자로 올라섰다. 만수르의 사망이 탈레반이 세력을 회복하고 있는 최근 아프간 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 쪽은 그가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반대하고 최근 탈레반 공세를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에 제거했다고 밝혔다.
쿡 대변인은 “만수르는 분쟁을 종식할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에 탈레반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것을 금지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평화와 화해에 대한 장애였다”며 “만수르는 카불과 아프간 전역에서 시설들에 대한 계획적 공격에 적극 관여하며 아프간 민간인과 치안병력, 우리 군속과 연합군들에게 위협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2014년 아프간에서 미군과 연합군의 전투역할 철수 이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과의 협상을 적극 추진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탈레반 쪽 공세가 강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미국은 최근 몇주 동안 탈레반에 영향력을 지닌 파키스탄 쪽에 탈레반의 협상 참가를 압박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에 미국 관리들은 만수르 지도 아래 탈레반은 화해가 가능하지 않다고 결론짓고, 더 직접적인 군사행동으로 노선을 바꾸게 됐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하지만 앤드류 와일더 미국평화연구소 선임분석가는 만수르 제거로 인해 오히려 탈레반을 더 자극할 것이라며, “탈레반에서는 (이제) 어느 누구도 평화회담 진전에 진지하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만수르의 사망은 탈레반 내부에서 권력투쟁과 분열을 촉발해, 평화회담과 내전의 향방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만들 수도 있다. 2인자인 시라주인 하카니가 최고지도자로 순탄하게 올라설지는 의문이다. 탈레반이 대대적인 보복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파키스탄 쪽도 자국 영내에서 벌어진 미군의 드론 전투기 공습을 놓고 미국과 갈등이 예상된다. 미국은 그동안 파키스탄 영내에서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작전으로 드론 공습을 벌여왔고, 파키스탄 쪽도 이를 묵인했다. 하지만, 이번 공습은 미 중부사령부의 특전사 주도로 진행된데다 미 대통령의 공식 재가까지 받은 것이 공개돼, 파키스탄에 대한 주권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만수르 등 탈레반 지도부들은 그동안 파키스탄 영내 퀘타 등에서 반공개적으로 활동하며, 파키스탄의 지원과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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