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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6 20:43 수정 : 2016.04.26 20:58

실세 왕세자 ‘비전 2030’ 발표

국영 아람코 주식 5% 팔아
세계 최대 2200조원 펀드 조성
광물·군수·관광 등 산업다각화

저유가 속 재정적자 골칫거리
일자리 창출·세금 신설도 ‘숙제’

계속되는 저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로 하여금 ‘석유 시대’를 마무리짓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까지 이끌어 갈 것인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사우디의 왕위 계승 2순위이자 실세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5일 국영방송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5년간 추진될 경제개발 계획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국부펀드를 통해 투자 자금을 모으고, 산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뼈대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20년부터는 사우디도 석유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석유 수출을 통한 재정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새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는 데 있다. 사우디는 이를 위해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지분을 5% 미만 범위에서 매각할 것이라 밝혔다. 이 정도 규모의 아람코의 매각대금은 약 2조달러(약 2296조원)에서 2조5000억달러(약 2870조원)로 추산되는데, 사우디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약 2조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노르웨이 연금 펀드’(약 8250억달러)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산업 다각화를 통해 비석유 부문의 정부 수입을 현 440억달러(약 50조원)에서 2030년까지 2570억달러(약 306조원)로 확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군수산업을 키우는 등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의료나 교육·복지 분야의 민영화도 동시에 추진된다. 사우디는 관광수입 확대를 위해 무슬림 순례자들을 제외하고는 여행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폐쇄적인 비자 정책도 개선할 계획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유가가 30달러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개발 계획을 달성할 것”이라며 유가 변동과는 상관없이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경제개발 계획은 저유가로 수입이 감소하고, 적자가 증가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지난해 사우디는 총 수입의 72%를 석유 수출에 의존했으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르는 980억달러(약 112조8000억원)를 기록하는 등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우디 전체 인구의 3분의 2 이상은 30살 이하 청년인데,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또다른 골칫거리다. 현재 11%가 넘는 실업률을 2030년 7%로 줄인다는 목표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모니카 말리크 아부다비상업은행 수석 경제분석가는 “유가가 높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비전 2030’을 추진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민감한 것은 세금 문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치품이나 담배, 음료에 세금을 매길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무세금 정책에 익숙해진 사우디인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연료와 수도, 전기세가 크게 인상되자 전국민적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수도·전력부 장관이 해임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무함마드 왕세자는 “개인의 수입이나 자산, 그리고 생활필수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 2030’은 사우디의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간 사우디 왕정은 국민들에게 일자리나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안정적으로 왕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경제개발 계획은 이러한 사회적 약속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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