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
팔레스타인호텔 공격 저항세력의 고도 심리전 |
미국에 강력한 심리적 충격파를 가하려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정교한 자살폭탄 공격이 24일 발생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번 공격이 `미군 사망자 2천명' 기록 세우기 차원에서 감행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 3건의 연쇄자폭 공격 = 저항세력은 이날 바그다드 중심부의 팔레스타인호텔을 향해 3건의 연쇄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팔레스타인호텔은 인접한 쉐라톤호텔과 함께 대규모 호텔단지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라크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이 많이 묵고 있다.
목격자들은 자폭범 2명 중 한 명이 몬 차량 1대가 해가 질 무렵 알-피르두스 광장 쪽에서 호텔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돌진해 폭발했다고 말했다.
폭발충격으로 약 4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이 부서졌고, 이 장면은 현장에 설치돼 있던 방송사들의 TV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이어 레미콘 트럭 1대가 콘크리트 벽이 파괴되면서 생긴 통로를 통해 호텔 단지 안쪽으로 돌진하면서 폭발해 거대한 화염과 연기구름이 만들어졌다.
이 공격으로 방호벽 바깥과 안쪽에서 경계를 서던 호텔 보안요원 등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보도했다.
콘크리트 장벽 안쪽에는 미군 브래들리 장갑차 1대가 배치돼 있었지만 장벽에서 10여m 떨어져 있어 다행히 폭발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대변인은 미군 병사가 희생됐다는 초기보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 저항세력의 의도는 = 이날 공격은 사전에 정교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언론매체들은 이날 오전까지 1천997명을 기록한 이라크 전쟁 관련 미군 사망자 수가 언제 2천명을 넘어설 것인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자폭차량이 연쇄적으로 돌진한 지점은 콘크리트 방벽을 통과하기만 하면 호텔 방호를 위해 배치된 미군 장갑차를 곧바로 타격하는 것이 가능한 위치였다.
따라서 저항세력의 의도대로 공격이 성공했더라면 미군 병사 여러 명이 희생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저항세력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해 항상 기자들이 북적거리고 공격장면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TV 카메라가 돌아가는 팔레스타인 호텔을 골라 공격을 감행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호텔 방호를 위해 배치된 미군 병사 서너명을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희생시켜 `미군 병사 2천명 사망' 기록을 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명분없는 전쟁으로 수많은 미군 병사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판 여론으로 2기 취임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인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미군 사망자 2천명 돌파'는 반전 여론을 확산시키는 촉매로 작용해 부시 행정부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더욱 곤두박질치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군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저항세력이 `사망자 2천명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미군 병사 납치 살해 같은 공격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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