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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31 15:27 수정 : 2016.03.31 15:32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부상 청년 사살 영상 갈무리

이스라엘 군, 병사 체포 “총격 고의성에 합리적 의심”
유엔 특별보고관 성명 “명백한 사법외 살인 사건이다”

▶<알자지라> 보도 동영상
▶<가디언> 보도 동영상

이스라엘 군이 총상을 입고 쓰러진 팔레스타인 청년을 사살한 사건이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30일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에서 한 이스라엘 군인이 압둘 파타흐 유스리 샤리프(21)라는 팔레스타인 청년의 머리에 총을 쏴 사살했다. 당시 샤리프는 이스라엘 병사를 흉기로 찌른 뒤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쓰려졌으며, 다른 팔레스타인 청년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사살된 뒤였다.

이스라엘 군 당국과 현장 목격자들의 말의 종합하면, 알샤리프는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제압당한 뒤 길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때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이 쓰러진 알샤리프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머리에 소총을 쏴 ‘즉결처분’했다.

그런데 당시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사건의 파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사살 직후 상황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보면, 다수의 이스라엘 군인들이 현장을 삼엄하게 통제하는 가운데, 구급차 뒤에 있던 한 이스라엘 병사가 어깨에 매고 있던 소총을 풀어 손으로 옮겨쥐는 모습,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온 샤리프의 주검을 들것으로 수습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찍혔다.

이스라엘 군은 총을 쏜 병사를 체포해 구금했지만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군 검찰은 병사의 총격이 “의도적 행위”라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금을 연장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그런데 사건을 담당한 이스라엘 군사법원의 로넨 쇼르 중령은 29일 “사건 현장의 복잡한 상황을 감안할 때 총격의 고의성에 ‘합리적 의심’이 있다”며, 문제의 동영상이 이 병사의 임의사살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되레 팔레스타인 쪽의 격렬한 분노와 반발을 샀고, 유엔도 이스라엘 병사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나섰다.

헤브론에 본부를 둔 ‘(유대인) 정착촌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이사 아므로 대표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 군사법원의 결정은) 엄청난 거짓말이다. 사살된 팔레스타인 청년들 중 누구도 폭발물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군 지휘관이 직접 사살을 명령했다. (피해자들에게) 복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영상을 본 크리스토프 헤인스 유엔 사법외 살인 특별 보고관은 성명을 내어 이 사건은 명백한 사법외 살인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각한 중상을 입은 청년에게서 어떠한 저항도 보이지 않는다”며 “동영상은 모든 면에서 명백한 사법외 살인 사건임을 보여준다”고 못박았다.

유엔 고등인권판무관실의 루퍼트 콜빌 대변인도 30일 “명백한 사법외 살인에 우려를 표한다”며 “당장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을 사살하는 행위는 범죄이며, 그렇게 다룰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시민 수백명과 극우 정치인들은 군사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법원 밖에서 자국 병사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시위에선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병사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말한 것에도 비판도 쏟아졌다.

문제의 사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팔레스타인 활동가 아부 샴시야는 31일 <국제중동미디어센터>(imemc)에, 이스라엘 군사법원이 병사에 대한 면책성 결정을 한 29일 밤 이스라엘 군인들이 자신의 집에 들이닥쳐 가택수색을 했다고 털어놨다.

사건이 벌어진 뒤 이스라엘의 <채널2> 방송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가 문제의 병사를 체포한 것에 반대했으며, 42%는 병사의 행위가 법적 책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청년을 사살한 행위가 ‘살인’에 해당한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정착촌 반대 운동’의 아므로 대표는 “이번 사건은 전쟁범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으로, 병사 개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유엔이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동안에만 이스라엘 군과 정착촌 거주자들은 최소 206명의 팔레스타인의 사살했으며, 팔레스타인 인들도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 29명을 흉기로 찌르는 등의 방법으로 살해하는 등 양쪽의 ‘묻지마 보복’에 가까운 폭력행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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