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3 19:56
수정 : 2016.03.13 19:56
기업들 내전에 인접국가로 이전
요르단인·난민들 고용하며 성장
“‘투자자’와 ‘난민’은 매우 다르죠.”
시리아의 대표적 식품 기업인 ‘알 두라’의 경영진인 칼리드 카미스는 시리아인들의 경제적 성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한때 15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대기업이었던 ‘알 두라’는 2012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요르단의 이르비드 자유무역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4년 전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알 두라는 이집트에도 공장을 세우고 요르단인과 시리아 난민을 비롯해 450여명을 고용하는 등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리아 내전이 6년째 이어지는 동안 ‘알 두라’와 같은 많은 시리아 기업들이 레바논, 터키, 요르단 등 인접한 중동 국가로 이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외로 이전한 시리아 기업들 중 성공적으로 정착해 해당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현지 국가의 경제를 좀먹는 시리아 난민’이라는 편견에 맞서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해외로 이전한 시리아 기업의 약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터키의 재난관리청은 지난해에만 1400여곳의 시리아 기업이 터키에 등록됐으며, 이들이 터키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시리아인들은 터키의 합작회사에 모두 7100만달러(약 847억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지난해 터키로 유입된 외국 자본 중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지금까지 60여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요르단 역시 시리아 기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나빌 로만 요르단 자유무역지대 투자위원회 대표는 “자유무역지대에서 연간 50억달러 규모의 수출이 이뤄지는데, 이 중 절반은 시리아 기업에서 창출된다”고 밝혔다. 현재 요르단의 이르비드 자유무역지대에 자리 잡은 시리아 기업은 ‘알 두라’를 포함해 20여 곳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리아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과 동시에, 시리아 난민의 취업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바논에서는 여전히 시리아 난민들의 취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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