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25 18:55
수정 : 2016.02.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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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중고매물로 등장한 시시 이집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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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이집트 대통령, 이베이 중고매물로 나와
“경제 도움된다면 나도 팔겠다” 과거 발언에…
누리꾼, 민주화 탄압 시시 매물로 올려 ‘조롱’
‘중고 매물, 이전 주인이 사용함,’
24일 미국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 특이한 중고 물건이 매물로 나왔다. 바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집트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자신까지도 팔겠다’고 연설한 시시 대통령이 실제로 온라인 웹사이트에 중고 매물로 올라오는 조롱을 당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dr_motown’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베이 이용자는 이날 오전 시시 대통령의 텔레비전 연설이 끝난 뒤 ‘육군 원수이자, 군사적 배경을 가진 철학자들의 교육자’라며, 시시 대통령의 사진을 첨부해 매물로 올렸다. 이는 지난해 시시 대통령이 “알라는 세계 지도자들, 정치인들, 그리고 위대한 철학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교육자로 나를 임명했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한 이용자가 상품에 대한 정보를 더 요구하자, ‘dr_motown’은 시시 대통령과 페르시아만 국가 지배층과의 유착 관계를 꼬집으며 “이전 주인들(페르시아만 왕족들)”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시시 대통령의 경매가는 10만달러로 책정됐다.
시시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집트가 직면한 국가 부채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부채 해결을 위해) 만약 나를 팔 수 있다면 팔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이집트 정부가 받는 부당한 비난이 이집트의 국격을 낮추고 있다”며 “국민들이 진심으로 이집트를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대통령인 나의 이야기만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시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 경매 페이지는 곧 해시태그(#ebay)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퍼졌다. 세계 각국의 누리꾼들은 “피에 목마른 독재자가 이베이에서 팔리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이제야 이베이의 정확한 사용법을 알게 된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대통령을 향한 조롱에 동참했다. 현재 이베이 페이지는 삭제된 상태다.
이집트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30년간 독재를 이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민주화를 이루는 듯했지만, 2년 뒤인 2013년 시시가 주도한 군부 쿠데타가 성공하면서 다시 군부독재 정권으로 회귀했다. 시시 대통령은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최근에는 불법 집회를 막는다는 이유로 수도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봉쇄하는 등 탄압 정책을 이어왔다. 인권단체인 ‘이집트국가인권위원회’(NCHR)는 시시 대통령이 집권한 후 4만1000여명의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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