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시리아 난민 등이 포함된 ‘헬프 시리아’ 회원들이 6일 저녁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에 모여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어린이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추모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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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싱어송라이터
‘하루 하루가 길었지만, 그 밤은 더 길었어요.아이들은 엄마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죠.
하지만 배는 너무 작았고, 파도는 더욱 거세졌어요.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도 찾아왔어요.’ 칠흙같이 어두운 밤, 바다 위에는 사람을 가득 태운 배 한 척이 아슬아슬하게 떠 있다. 하늘에서 잠깐 비친 해는 곧 배에 닥칠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 눈물을 흘린다. 풍랑을 만난 배는 거친 폭풍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이내 노란 모래사장 위에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채 쓰러져 있는 아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지난해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 온 세살배기 알란 쿠르디의 모습이다. 해변가에 쓰러진 채 싸늘한 주검이 된 모습으로 전 세계를 울렸던 알란 쿠르디의 이야기가 노래와 영상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미시 히긴스는 18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알란 쿠르디 가족의 비극을 그린 신곡 ‘오, 캐나다(Oh Canada)’를 발표했다.
히긴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모래사장 위에 쓰러져 있던 알란 쿠르디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를 회상했다. 거실에서 아픈 아들을 간호하고 있었던 그녀에게 그 사진은 큰 충격이자 슬픔으로 다가왔고, 곧 쿠르디에 대한 곡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노래를 통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손가락질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일어난 비극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었어요. 이 아이가 겪은 일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고 마음 아픈 일이었으니까요.” 지난해 9월, 내전과 가난을 피해 시리아에서 캐나다로 향했던 쿠르디 가족이 탄 배는 에게해를 건너다 풍랑을 만나 좌초됐다. 쿠르디를 포함해 엄마와 형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히긴스가 쓴 가사는 네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오, 캐나다. 만약 지금 내 목소리를 듣는다면/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려 주지 않겠어요?/ 오, 캐나다. 만약 지금 날 도와줄 수 있다면/ 내가 오직 원하는 것은 나의 가족이 쉴 수 있는 안전한 땅이에요.’ 고된 여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의 안위만을 걱정했던 아버지는 현재 홀로 남아 이라크에서 살아가고 있다. ‘오, 캐나다’의 뮤직비디오 사이에는 불타고 있는 집이나,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의 그림도 등장한다. 모두 난민 아이들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그린 그림들이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나타샤 핀커스는 “난민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동화책처럼 예쁜 애니메이션의 조합은 그 자체로 아이들이 겪은 현실과 비극을 그대로 드러낸다”며 이 그림들을 영상에 넣은 이유를 밝혔다. 히긴스는 이 노래가 쿠르디 가족이 겪은 비극이 바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만약 이 노래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지금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 곡을 통해 발생한 온라인 수익은 모두 난민 지원 단체에 기부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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