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16 20:05
수정 : 2016.02.16 20:05
난민중 여성·아동 55%로 급증
피난길에서…캠프 내부에서도
성범죄·강도 등 범죄 노출 ‘불안’
구호단체 “적극적 보호 나서야”
“셋 중 한명은 항상 깨어있어요.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기 때문이죠.”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접경지대에 자리한 비노유그 임시난민센터. 3주 전 이라크를 떠난 샤마흐는 센터에 도착한 뒤 친구들과 번갈아가며 잠을 청한다. 난민센터에서 강도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혹시 자신의 얘기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샤마흐는 “내 차례가 와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며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5일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를 인용해, 내전과 가난을 피해 유럽행을 택한 여성 난민들이 성범죄나 강도 등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난민의 25%에 불과했던 여성과 아동 난민의 비율이 최근 55%로 크게 늘어나면서, 여성 난민을 겨냥한 범죄는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여성 난민이 피난길에서 맞닥뜨리는 대표적인 범죄가 성범죄다. 피난길에서 만나는 난민 밀매업자나 안전요원, 경찰, 남성 난민들은 모두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특히, 밀매업자들은 유럽으로 향하는 버스나 선박을 더 빠르게 태워준다거나, 혹은 더 싼 가격에 탈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성매매를 강요하기도 한다. 세르비아의 한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옐레나 흐르냐크는 “난민들은 72시간 안에 경유 국가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돈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 난민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성별이 구분되지 않은 채 수백명이 뒤섞여 생활하는 난민 캠프는 여성 난민에게 또 다른 공포의 공간이다. 공용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물과 음식을 먹지 않는 여성 난민들은 요로감염증과 같은 질병에 시달린다. 캠프 내부보다 아무도 없는 바깥이 차라리 덜 위험하다는 판단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외부에서 밤을 지새기도 한다.
난민 구호단체들은 국제 사회가 여성 난민을 위한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서 난민 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티라나 하산은 “전쟁의 공포를 피해 떠나온 여성들은 난민이 되면서 또다시 폭행이나 강도와 같은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며 “홀로 이동하거나, 혼자 가족을 이끄는 여성 난민을 위한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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