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5 18:34
수정 : 2005.10.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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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실시되는 이라크 헌법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 주민들이 투표소 위치 등을 알리는 벽보가 붙은 경찰서 건물 밖에 모여 있다. 나자프/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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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선거법 몰래 개정
국내외 거센 비난…내전위험 더 커져
이라크 의회가 헌법안 국민투표를 열흘 남짓 앞두고 선거법을 슬그머니 바꿔치기했다가 유엔 등 국내외에서 비난이 빗발치자 이를 뒤집었다. 이라크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각 종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를 끌고 가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라크 의회는 5일 275명 의원 중 절반 정도만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어, 지난 2일의 선거법 개정안을 사흘 만에 원상복구하는 법안을 찬성 119 대 반대 28로 통과시켰다고 <비비시방송> 등이 보도했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의회는 15일 치러지는 국민투표에서 헌법안 부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지난 2일 선거법을 개정했고, 이는 수니파와 유엔, 미국 등의 강한 반발을 샀다.
애초 현행 과도행정법에서는 이라크 18개주 중 3개주 이상에서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반대하면 헌법안이 부결되지만, 개정안은 이 기준을 ‘전체 등록 유권자’의 3분의 2로 바꿨다. 불안한 치안 속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등록을 해놓고도 투표장에 가지 못할 것을 고려하면 헌법안 통과를 거의 기정사실로 만든 셈이다.
수니파들은 새 헌법이 연방제를 도입하고 수니파의 공직 진출을 제한해 국가를 분열시킬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수니파 지도부는 서부 3~4개주에서 반대표를 결집해 헌법을 부결시키려 애써 왔으나 새 선거법은 이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수니파 지도자들이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반발하고, 이번 투표를 감독하고 있는 유엔의 호세 아라나스 이라크 선거지원팀 법률고문도 4일 새 규정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으며 이번 변경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이라크 의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정부까지 나서 이를 비난하자 결국 이라크 의회는 변칙 개정했던 선거법을 부랴부랴 재개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종파, 민족 사이의 깊어진 불신과 갈등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편, 미군과 이라크군 2500명은 라마단(이슬람 금식월)이 시작된 4일부터 수니파 거주지역인 이라크 서부 하디타 주변에서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시작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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