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9 18:13
수정 : 2005.09.29 18:13
10년 내전 투옥자 사면
BBC “가결 거의 확실”
알제리가 10여년에 걸친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 채택을 묻는 역사적인 국민투표를 29일 실시했다.
이 헌장은 내전 기간 동안 살인 등의 혐의로 투옥된 이슬람 반군과 정부군에게 사면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집단학살, 테러공격, 성폭행 범죄는 사면대상에서 제외된다. <비비시방송>은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번 투표가 유혈 분쟁을 끝내고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992년부터 시작된 알제리 내전에선 10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천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알제리를 통치해온 군부 정권은 1991년 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처음으로 다당제 총선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구제전선’이 8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군부는 총선을 무효화하고 이슬람구제전선을 불법화해 버렸다. 이슬람 단체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무장조직을 결성하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반군은 처음에는 군과 경찰을 공격했지만 곧 민간인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희생자가 급격히 늘었다. 정부군도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한 뒤 반군 소탕에 나서 집단처형과 고문 등을 저질렀다. 아직도 폭력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 없이 화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과거를 감추는 데 국민투표를 이용하려 한다”며 “먼저 내전 기간 실종된 수천명의 현황을 파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비시방송>은 “이번 투표는 (국민들의) 열의는 없지만, 가결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오랜 내전에 지친 알제리 국민들은 불완전한 평화가 전쟁보다는 낫다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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