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공군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완전히 부서진 차량 주변에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의 지도자와 무장대원이 숨졌다. 가자시티/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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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지하드 대원 사살에 하마스 로켓포 공격
‘이군’ 맞불 공습…주말예정 정상회담 취소될듯
네탄야후와 주도권 다툼 샤론 “무제한 공격”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과 이스라엘군이 나흘 연속 충돌하면서 양쪽의 휴전이 사실상 결렬 위기를 맞았다.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가 공식 완료된 지 불과 2주 만의 일이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대한 “무제한 공격”을 명령했으며, 이스라엘군은 26일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계속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에 나섰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는 25일 휴전을 준수하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군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중동 지역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23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이슬람 지하드’ 대원 3명을 사살하고, 하마스 집회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16명이 숨지면서 시작했다. 지하드와 하마스 등 무장세력들은 보복으로 이스라엘 마을을 향해 로켓포 40발을 쏘았고, 이스라엘군은 24일부터 사흘째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벌였다. 25일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슬람 지하드 지도자 모하메드 칼릴이 숨졌고,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무장단체 활동 혐의로 팔레스타인인 200여명이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번 주말로 예정된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회담도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혈사태의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치권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복잡한 변수가 깔려 있다.
집권 리쿠드당 내에서 가자 철수에 반대했던 베냐민 네탄야후 전 총리의 도전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대한 강공책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네탄야후는 샤론 총리가 무장세력에게 지나치게 양보했다고 비난해왔다. 리쿠드당은 네탄야후가 샤론 총리를 퇴진시키기 위해 제안한 사실상의 신임투표인 당내 예비선거 조기 실시안에 대한 투표를 26일 실시할 예정이다. 언론들의 설문조사를 보면 네탄야후의 11월 선거 실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네탄야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이스라엘 정부가 더욱 강경한 대 팔레스타인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25일 저녁 리쿠드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샤론 총리는 당내 강경파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마이크 전원이 두 차례나 끊겨 연설을 하지 못한 채 연단에서 내려와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팔레스타인 의회는 26일 실시하려던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과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이번 유혈사태로 연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은 자치정부의 무장 해제 요구를 무시하고 있으며, 자치정부는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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