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가담 국방예산 10억달러 빼돌려
고철 같은 무기로 저항공격에 무방비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10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고 밝히고 있는 이라크 재건사업이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있다.
이라크 국방예산 가운데 10억달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여기에는 일부 미군과 정보관계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9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박물관에나 들어갈 장비로 무장한 이라크군은 거세지는 저항공격을 막을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14일부터는 강력한 저항공격이 계속되면서 닷새만에 300명 이상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알리 알라위 이라크 재무장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대 훈련과 장비구입을 위해 책정된 예산 10억달러가 국외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 돈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 사이 폴란드와 파키스탄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온다는 명목으로 무기가 인도되기도 전에 현금으로 바뀌어 지급됐다. 나중에 인도된 무기는 28년된 옛 소련제 구식 헬기와 기름이 줄줄 새는 장갑차 등 사실상 고철덩어리였다. 한 자루에 3500달러씩인 미국산 기관총은 200달러짜리 이집트산 복제품으로 드러났다.
이라크 관리들은 이런 대규모 거래가 당시 이라크를 사실상 통치했던 미국 주도의 연합군임시행정처(CPA)의 개입 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며, 미 군부내 일부가 일부 이라크인들을 내세워 이런 거래의 막후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거래에 앞장섰던 하젬 샤알란 당시 국방장관과 지야드 카탄은 수십년 동안 유럽 등에 머물다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이라크로 돌아와 요직을 맡았다. 이들은 현재 요르단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라크 정부는 카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보건예산 6억달러 ‘꿀꺽’…의약품 대란, 일선병원에 기본 의료도구도 공급 안돼 관리들의 예산 착복으로 일어난 ‘의약품 대란’이 자살폭탄테러와 마실 물 부족 등으로 생명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라크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칼릴 앗샤므리 이라크 보건부 차관은 지난 8개월간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전혀 구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알 가즈> 등 요르단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그는 5억9300만달러의 의료·의약품 예산이 책정돼 있지만 보건부는 이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원인을 조사하다가 이 돈이 재무부 예산에서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앗샤무리 차관은 의약품 수입 예산 지급을 중지한 일부 책임자들을 비난하며 그들이 이 금액을 착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사태의 희생자는 이라크 국민들이다. 저항공격과 전쟁 후유증으로 병원마다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심각한 약품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의약품 수입이 중단돼 암시장내 의약품 가격도 급등했다. 1990년대 미국이 주도한 경제제재 조처로 의약품 부족 현상을 겪었던 이라크인들은 점령과 부정부패의 여파로 똑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의료진들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약속한 거액의 지원예산은 몇달이 지나도 일선 병원에 전달되지 않고 있으며 기본적인 의료도구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암만/주정훈 통신원 amin92@hanmail.net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