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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7 23:14 수정 : 2005.09.17 23:14

아프가니스탄 하원과 주의회 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8일 전국 2만6천여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옛 소련의 침공과 오랜 내전, 텔레반의 철권통치 등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는 아프간에서 총선이 치러지는 것은 1969년 이후 36년만에 처음이다.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아프간 민주주의 수립과정에 새 전기를 마련할 이번 선거에서는 1천24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월레시 지르가'라 불리는 하원 의원 249명과 34개 주의회 의원 420명을 선출하게 된다.

하원 의원 후보로 2천800명, 주의회 의원 후보로는 3천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월레시 지르가 의석의 4분의 1, 주의회 의석의 30%가 여성에게 할당된 가운데 월레시 지르가에만 약 335명의 여성후보가 등록했다.

이번 총선의 후보자가 의외로 많은 것은 정당 추천제가 배제되면서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은 투표를 48시간 앞둔 지난 16일부터 대중연설이나 TV광고 등 모든 형태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했다.

총선 당일 오전 6시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되는 투표 및 개표과정에는 16만여명의 선거관리 직원들이 참여하며, 491명의 국제 참관단을 포함해 5천여명이 참관인으로 선거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다만 산간 오지의 유권자들은 낙타나 당나귀 등을 타지 않고는 투표소에 접근하기 어려워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들 지리적인 문제와 함께 경험 부족으로 선거 결과를 취합하는데도 3주 이상 걸려 잠정적인 선거 결과는 내달 10일께, 최종 공식 결과는 내달 22일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간 당국은 탈레반 반군의 테러 위협에 대비해 10만명의 경찰력을 선거 당일 투표소에 배치할 계획이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평화유지군 1만1천여명과 미군 2만여명도 치안 유지를 지원한다.

아프간은 지난해 1월 헌법을 제정한 데 이어 10월 대통령선거를 실시,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하미드 카르자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 만큼 아프간이 국제사회의 지원 하에서 민주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두번째로 치르는 민주적 절차라는 점에서 이번 총선의 의미가 크다.

이번 선거는 당초 지난해 10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치안문제 등으로 두 차례 미뤄졌고 지방의회 의원 선거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번 총선의 당선자들은 추후 상원의원을 뽑을 예정이다.

한편 아프간 국민의 70%가 문맹이고 마약밀매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군벌이나 부족장들이 대부분 시골지역을 장악하고 있어 진정한 민주선거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탈레반 잔당은 총선 보이콧을 촉구하며 투표에 참여할 경우 민간인도 다칠 수 있다고 경고해 선거 당일 동시다발적 폭력사태가 나타날 우려도 높다.

게다가 지방당국과 군부, 부족장들의 출마 후보들에 대한 협박이나 투표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이에 미군측은 탈레반이 선거 당일 테러공격을 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으며,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지난 15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아프간 총선 준비가 제대로 된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테러 공격을 우려하며 미국인들에게 아프간 여행을 삼가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도 14일 성명에서 "이번 선거는 엄청난 공포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후보자의 상당수는 인권유린의 전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6개월간 선거에 출마한 후보 7명과 선거관리요원 등 1천200여명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이후 아프간을 안정시키고 다국적군이 철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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