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자폭 160여명 참사
이라크에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내전 공포가 엄습해 오고 있다.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는 14일 웹사이트에 올린 녹음을 통해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은 이라크 전역의 시아파에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10월15일 이라크 헌법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집권 시아파를 대상으로 한 수니파의 공격이 심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우려돼온 내전이 결국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니파 ‘헌법안’ 반발 시아파에 전면전 선포
종파 보복공격 악순환 미군 주둔 빌미 우려 일부에선 최근의 유혈사태와 내전 공포가 미군 주둔기간 연장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폭력사태가 심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14일 바그다드 곳곳에서 일어난 12건의 연쇄 자살폭탄 공격에서 160여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친 데 이어 15일에도 잇따라 4건의 자폭공격이 일어나 31명이 숨졌다. 이날 아침 바그다드 남부 도라에서 경찰순찰차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일어나 경찰 13명과 민간인 8명이 숨진 데 이어 몇시간 뒤 2건의 자살폭탄 공격이 연속으로 일어났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또 남부 카르발라로 가던 시아파 순례자 3명이 무장괴한의 공격으로 숨졌고, 북부 키르쿠크에서도 자폭공격으로 경찰 2명이 숨졌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시아파 빈민들이다. 14일 카디미야지역에선 일자리를 구하려던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숨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니파를 대상으로 한 보복 공격도 나타나고 있다. 14일 새벽 시아파 17명이 이라크 군복을 입은 무장괴한들에게 살해됐던 타지에서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수니파 6명이 살해됐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시아파의 바드르여단, 쿠르드족의 페슈메르가 등 각 종파는 강력한 민병조직을 거느리고 있어 이런 보복 살해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5일 미군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자르카위가 다양한 저항세력 소속원 수천명을 지휘하면서 추가 폭탄테러를 명령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슬람주의자들과 사담 후세인 충성파 등이 세력을 규합했으며, 서부 라마디에서는 사실상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쇄테러는 지난 2주 동안 이라크군과 미군이 시리아와의 국경지대인 탈 아파르에서 벌여온 대규모 저항세력 소탕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됐다. 자르카위는 녹음 테이프에서 “탈 아파르에서 수니파만을 겨냥한 종파청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뿌리 깊은 원인은 다음달 국민투표에 부쳐질 헌법안이다. 수니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헌법안은 14일 인쇄 배포 작업을 위해 유엔으로 이송됐다. 이 수정안은 중앙정부가 수자원 관리권을 가지는 등 일부 수정을 거쳤으나, 연방제와 후세인 통치시절 관리들의 공직 진출 제한 등 수니파가 반대하는 민감한 쟁점들은 손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는 미군이 대규모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유혈사태는 군사적인 방법만으로는 저항공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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