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
바그다드 ‘자폭테러’ 150명 사망 |
14일 시아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잇따른 자살폭탄 공격이 바그다드 곳곳을 뒤흔들며 이라크가 급격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로이터통신> 집계로 이날 하루에만 최소 150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라크 군복을 입은 괴한들이 주민들을 처형하듯 살해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넷에는 “탈 아파르 수니파의 보복을 위한 전쟁이 시작됐음을 알린다. 바그다드 등 전국에서 벌어지는 우리 투쟁의 자세한 내용을 곧 알리겠다”는 ‘이라크 알카에다’의 성명이 올라와 연쇄 공격이 알카에다의 소행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탈 아파르는 미군과 이라크군이 지난 2주 동안 대규모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벌여온 시리아와의 국경지대다.
다음달 15일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헌법안을 둘러싸고 최근 종파간 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최악의 유혈사태는 내전의 공포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헌법안 내용을 둘러싸고 시아파·쿠르드족과 수니파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데다 각각이 모두 자체 민병대를 거느리고 있어 화약고가 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50분께 바그다드 북부 카디미야의 오루바 광장 근처에서 자살차량폭탄 공격이 일어나 일자리를 구하러 나온 일용직 노동자 등 최소 114명이 숨지고 156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이 경찰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디미야는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지난달 말 시아파 종교 행사 도중 1000여명이 압사했던 곳이다.
2시간쯤 뒤에는 바그다드 북서부 슐라 지역의 한 시아파 성직자 사무실 부근에서 차량폭탄이 터져 5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으며, 바그다드 북부에서도 자살폭탄공격으로 가스를 충전하기 위해 줄 서 있던 1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서부 바그다드의 아델 지구에서도 폭탄이 터져 이라크군 3명이 숨지는 등 미군과 이라크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공격도 최소 3건이 일어났다.
또 이날 새벽 4시께에는 이라크군 복장을 한 괴한들이 바그다드 북부 타지 지역에서 주민 17명을 끌어내 수갑 등을 채운 채 총살형을 하는 방식으로 살해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시아파이고 경찰이나 미군 운전사 등이라고 <에이피통신> 등은 전했다.
최근 미군과 이라크군 8800여명은 이라크-시리아 국경 지대인 북서부 탈 아파르와 하디타, 카임 등에서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잠입하는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벌여왔다. 이 작전에서 200여명이 숨지고 70여명이 체포됐다. 탈 아파르는 수니파이자 소수민족인 투르크멘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이들은 중앙정부가 자신들을 차별한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으나,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이 지역이 외국에서 넘어온 저항세력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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