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논란속 5선…아들 세습 가능성 관심 투표율 23%…“오랜 독재로 국민들 정치 냉소”
호스니 무바라크(77) 이집트 대통령의 5연임, 30년 집권이 확정됐다. 이집트 대통령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상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출마해 치러진 대선에서 무바라크 현 대통령이 88.6%를 득표해 당선됐다고 9일 공식발표했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 지도자’로 부상한 알 가드당의 아이만 누르 후보는 7.3%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알 와프드당의 노아만 고마 후보는 2.8%로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선관위가 집계한 투표율은 고작 23%이다. 인구 7500만명, 유권자 3200만명 중 630만명만이 투표장으로 나온 셈이다. 당장 10일 오후부터 야당과 무바라크 장기집권에 반대해온 ‘키파야 운동’ 회원 2000여명이 카이로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며 합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겨우 유권자 19%의 지지를 받는 무바라크가 이집트를 다스린다”등의 깃발들이 등장했다고 <알 자지라>는 전했다. 여당의 무바라크 지지 강요, 유권자 매수 등 부정선거 논란도 계속되는 가운데 이집트 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비교적 공정했다며 야당들의 재선거 요구를 일축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압승은 선거부정보다는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과 냉소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정치분석가 모하메드 알 사예드는 <알 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마을 촌장까지 임명하며 모든 권력을 독점한 상태에서 공포에 질린 대부분의 이집트인들은 정치 참여에서 점점 더 멀어져 왔고, 중산층들도 분노와 불만을 품은 채 주변화됐다”며 “이집트인들은 가족과 먹고 사는 일에만 관심을 갖도록 강요돼 왔다”고 말했다. 이제 최대 관심사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둘째 아들 가말(42)의 ‘부자세습’ 가능성이다. 이미 여당 국민민주당(NDP)의 정책위원장으로 권력 핵심부에 있는 가말은 이번 선거 과정을 총지휘했다. 이집트 언론들은 지난 7월 무바라크 대통령이 2008년께 대통령 자리를 가말에게 물려줄 계획이며 미국이 이를 묵인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선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이 어느 정도 허용돼 향후 민주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 첫 신호로 지난 24년간 계속되온 계엄 상태가 해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편,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축하의 뜻을 밝혔으나 아랍권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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