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8 18:17
수정 : 2005.09.08 18:17
노골적 권유 등 부정 시비 얼룩
“중도사임 뒤 아들 지명” 소문도
“마지막 파라오”란 별명으로 불리는 호스니 무바라크(77) 대통령이 7일 치러진 이집트 대선에서 예상대로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10일께 공식결과 발표를 통해 당선이 확정되면 이미 24년 동안 이집트를 다스려온 무바라크 대통령은 6년을 더 통치하게 된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출마해 치러진 이날 대선이 “민주화의 진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선거 과정은 부정 시비로 얼룩졌다. 룩소르 등 여러 투표소에서 집권 국민민주당(NDP) 당원들이 무바라크를 찍으라고 노골적으로 권유했으며,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여당 관계자들이 음식을 제공했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투표소 입구마다 무바라크의 포스터만이 붙어있고 여당 당원들이 무바라크 홍보곡을 크게 틀어놓고 복권 등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투표율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당과 시민운동 단체들은 투표율이 10~20%로 매우 낮다고 밝히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집권에 반대하는 시민운동단체 ‘키파야’ 지지자 3000여명은 선거일 오후에도 카이로 도심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등 경제문제 해결과 인권과 자유 확대 등을 공약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반정부 시위를 통해 경선제 대선을 도입한 ‘민주화’ 경험이 앞으로 이집트를 조금씩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고령인 무바라크 대통령이 중도사임한 뒤 아들 가말(41)을 후계자로 지명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이집트 정국의 숨은 뇌관이 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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