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1 18:28
수정 : 2005.06.21 18:28
“서구강요 민주 아랍인삶 도움안돼”
“누구나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외부에서 강요되는 민주주의는 사람들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랍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점진적인 민주화를 향해 갈 때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뉴스통신사 <중동뉴스>의 샤파트 칸 국제언론협력 담당 이사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미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중동 민주주의 확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감스럽게도 중동 지역의 민주주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서구 언론 보도는 자신들의 기준만을 들이대며 아랍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
<중동뉴스>는 <알자지라>와 함께 양대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와 기사를 공유하는 계열사다. 칸 부장 일행은 한국언론들과의 협력을 위해 한국언론재단초청으로 지난 18일 한국에 왔다.
2003년 이라크에서 오랫동안 취재를 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도 <알아라비야> 이라크 지국 등을 관리하고 있다. 1년 전 고 김선일씨 납치·살해 사건 당시 <알아라비야>는 김씨가 아직 살아 있으며 석방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너무 슬픈 사건”이었다며 “늦더라도 신중하게 보도한다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라크 상황은 밖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기 때문에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알아라비야>는 이라크에 무려 65명의 특파원을 두고 있었으나 지난해 기자 3명이 미군의 총격과 헬리콥터 공격 등으로 숨지고, 아직도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폭탄공격으로 7명이 숨지면서 지국을 대폭 축소한 상태다.
그는 이라크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군 자이툰부대가 파병된 쿠르드자치지역은 이라크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치안상황이 낫지만, 이라크 정치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쿠르드족과 아랍계의 갈등도 커지고 있어 위험해지고 있다.”
그는 또 “많은 아랍인들은 자이툰부대가 미군의 강요 때문에 이라크에 파병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반한감정이 그리 크지는 않다”면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이 허구였다는 것이 계속 드러나고 있고, 미군이 점령군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선 미군과 함께 하는 한국군이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이라크인들은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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