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3 18:24
수정 : 2005.06.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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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선거를 5일 앞둔 12일 이번 대선에 출마한 강경 보수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테헤란 시장의 테헤란 시내 선거유세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포스터를 들고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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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대선을 5일 앞둔 12일 남서부 석유도시 아바즈에서 4개의 폭탄이 터져 적어도 8명이 숨진 가운데, 폭탄 파편에 맞아 망가진 차량이 길가에 서 있다. 아바즈/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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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대선 D-5 연쇄폭탄테러 긴장
남서부 아바즈서 정부청사 겨냥…60여명 사상
분리주의단체 “우리 소행” 정부선 “미국 의심”
대선을 5일 앞둔 이란에서 연쇄 폭탄공격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수도 테헤란과 남서부 석유도시 아바즈에서 모두 5차례 폭탄이 터져 적어도 9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고 <에이피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란에서 연쇄 폭탄공격이 벌어지기는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혁명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아침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550㎞ 떨어져 있는 쿠제스탄의 주도 아바즈에서 정부청사를 겨냥한 4개의 폭탄이 2시간에 걸쳐 잇따라 터졌다. 주지사 사무실과 정부 청사 및 국영방송국 직원들 숙소 등에서 일어난 이날 폭발로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 이어 테헤란 도심의 복잡한 상업지구인 이맘후세인 광장에서도 폭탄이 터져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아바즈혁명순교자여단’은 성명을 내고, “이란의 점령으로부터 아바즈를 해방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며 쿠제스탄과 아바즈 주민의 대통령선거 거부를 촉구했다. 아바즈와 테헤란에서 폭발 사이의 연관 여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건이 대선 투표율을 낮추고 이란의 영토적 통합을 해치려는 ‘외부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쿠제스탄 부주지사 코람레자 샤리아티는 “폭탄 사건의 배후는 대선을 앞두고 이란의 주권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보안기관인 국가보안최고위원회의 알리 아가모하마디 대변인은 “아바즈 테러리스트는 이라크에서 침투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우산 아래 훈련받아왔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의 반정부·개혁진영에선 ‘진보진영 대선 후보가 대거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해 어차피 보수적인 후보가 대선이 당선될 것’이라며 투표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 쪽은 미국과 유럽이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포기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 창출된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쿠제스탄 지역은 이란 정부에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곳이지만, 아랍계 소수민족의 반정부 감정이 높은 곳이다. 132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이 곳에선 지난 4월에도 반정부 시위로 5명이 숨지고 400명이 체포됐다. 당시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 지역의 아랍계 주민의 거주 비율을 줄이라는 지시가 담긴 공문이 폭로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일었다. 이란 전체 인구구성에서 아랍계는 3%, 페르시아인이 51%를 차지해 아랍계가 소수민족이지만, 이 지역에선 아랍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라크는 1980년 이란 침공 당시 이 지역 아랍민족의 반정부 감정을 이용하기 위해 쿠제스탄을 침공 루트로 이용했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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