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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0 18:33 수정 : 2005.05.30 18:33


레바논 1차 총선 ‘아버지 이름으로’ 하라리 승리했지만…

기독교-무슬림 50%씩 의석배분
닷새뒤 남부 헤즈볼라 압승예상
선거뒤 내각구성도 갈등 부를듯

“이 승리를 아버지 라피크 하리리에게 바친다. 오늘은 민주주의와 자유, 주권이 승리한 날이다.”

29년 만에 시리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치러진 레바논 총선 1차 투표의 확실한 승자는 지난 2월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차남인 사아드 하리리(35)였다. 지난 29일 베이루트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그가 이끈 반 시리아계 야당 ‘미래 운동’이 19개 의석 모두를 휩쓸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하리리는 얼마 전까지도 정치와는 무관한 억만장자 사업가였지만, 아버지가 암살된 뒤 지난 4월말 가족들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단번에 레바논 정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벌써부터 다음 총리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 최근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의 아들인 사아드 하리리(오른쪽)가 라피크의 부인이자 자신의 새어머니 손을 잡고 자신이 이끄는 야당 ‘미래 운동’이 29일 레바논 총선에서 압승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

그가 아버지한테 물려 받은 정치·경제적 자산은 엄청나다. 이제 ‘순교자’로 불리는 하리리 전 총리는 기독교계와 이슬람계의 충돌에서 비롯돼 이스라엘, 시리아 등 주변국의 개입으로 이어졌던 내전(1975~1990년)의 폐허에서 레바논을 재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중동 최대 건설회사의 하나인 사우디 오게르뿐 아니라 금융, 부동산개발, 방송사, 이동통신 등에 걸친 ‘하리리 제국’을 건설했다. 조지타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아드는 지난 96년부터 건설회사를 물려받아 경영해 왔으며, 베이루트 중심가에 ‘퓨처’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다. 하리리 전 총리가 숨진 뒤 가족들은 형 바하아를 제치고 사아드를 후계자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아드는 이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등과 잇따라 만나는 등 반시리아 ‘백향목 혁명’을 지휘해 왔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정치신인’인 하리리의 데뷔전은 성공이었지만 레바논의 앞길에 낙관적인 예측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 운동’의 압승이 일찌감치 예상된데다 협정에 따라 종파별로 의석이 배분돼 있는 ‘나눠먹기’식 선거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투표율은 28%에 그쳤다. 공식 종파만 18개인 레바논에서는 기독교계와 무슬림계가 의석을 50%씩 나누어 가진다. 6월19일까지 4번에 걸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각 지역과 종파에 기반을 둔 정당의 승리가 예상돼 있기 때문에 종파간 분열과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선거 이후 새 총리와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친·반 시리아계의 힘겨루기가 예상되며, 친 시리아계 세력을 대표하는 에밀 라후드 현 대통령의 퇴진 요구도 불씨가 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헤즈볼라 무장해제 문제는 가장 폭발력이 큰 쟁점이다.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싸운 최대 무장조직이며 레바논의 주요 정치단체로 이번 선거에서도 남부와 동부에서 압승이 예상된다. <비비시>는 레바논 언론들을 인용해 시리아 세력이 물러간 뒤 이번 선거를 통해 유럽과 미국 등이 레바논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데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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