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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7 18:33 수정 : 2005.05.27 18:33

올초부터 중동민주화 입버릇처럼
이집트 민주화세력 한때 고무
무바라크 ‘무늬만 개헌안’ 투표 부정의혹
로라 부시 지지발언 등에 야당 “속았다”

25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이 통과됐음에도 이집트의 정국 혼란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경선을 금지시켰다는 이유로 개헌안을 반대해 온 이집트 야당들은 국민투표가 통과되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동 민주화’ 구상이 ‘위선’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개헌안 거부 시위를 벌인 무슬림형제단 등 야당 인사 60여명을 체포했다. 이로써 5월 한달 동안 체포된 야당 인사는 800여명에 이른다.

야당인 타감무당은 “미국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24년 장기집권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진 않는다는 오랜 교훈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이런 반발은, 국민투표 이틀 전 이집트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를 표명한 데 이어, 미국을 방문한 뒤 대선 국제감시단을 거부한 이집트 총리의 발언이 잇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로라는 23일 무바라크와 만나 “개헌은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치켜세우고, 이집트 내부의 반발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는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아흐마드 나지프 총리는 이날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대선에 대한 국제감시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집권중인 무바라크 대통령은 안팎의 민주화 요구에 직면해 직선제 등을 포함한 대선 개헌안을 발표했으나, 사실상 야당의 대선 출마를 막고 있어 야당 진영은 이달 내내 국민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 국제감시단 도입 등을 요구해 왔다. 이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올해 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중동에서의 민주주의 확산 정책을 강조한 데 고무된 측면이 강하다.

올해 초부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동 민주화’를 역설하면서, 대표적인 친미국가이자 오랜 독재정권인 이집트의 민주화를 지지하는지가 미국의 ‘진심’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져 왔다.

한편, 이집트 내무부는 대선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치른 결과, 3200만 유권자 중 54%가 투표에 참여해 84%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로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24년 장기독재를 ‘합법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러나 야당 진영은 ‘실제 투표율이 5∼10%’라며 투표율이 과장됐다고 반발했다. 최근 집권당 사무총장도 텔레비전에 출연해 “이집트 역대 투표에서 투표 참가율이 17%를 넘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집트는 장기독재로 인한 정치적 무관심이 심각한 상태다.

강김아리 기자, 연합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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