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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7 18:22 수정 : 2005.05.27 18:22

시리아 철군뒤 첫 총선

피살 하리리총리 아들 등
반시리아 야당 승리 확실
남부 헤즈볼라 압승 예상
기독교계 현행법 맹비난

레바논 재건의 설계자로 불리는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과 ‘백양목 혁명’으로 불린 대규모 반시리아 시위, 시리아군 철군으로 격변에 휩싸였던 레바논에서 29일부터 총선이 시작된다. 선거는 베이루트를 시작으로 지역별로 4번에 걸쳐 일요일마다 치러지며 프랑스계 기구가 선거감시인단으로 참여한다.

레바논에서 29년 동안 계속된 시리아군 주둔 시대가 끝나고 처음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레바논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1975~90년 치열한 내전으로까지 번졌던 기독교계와 이슬람계의 갈등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하리리 아들 등 야당 승리 예상 = 의회 의석 128석의 주인공을 선출할 이번 총선을 앞두고 베이루트 거리에서는 하리리 전 총리와 그의 아들로 야당을 이끌고 있는 사아드 하리리의 포스터만이 줄지어 늘어서 있으며, 다른 후보들의 포스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아에프페통신>은 전했다.

아버지의 정치·경제적 유산을 물려받아 단번에 레바논의 가장 유력한 정치가로 떠오른 하리리(수니파)와 그와 연합한 드루즈파 지도자 왈리드 줌블라트 등 야당 세력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하리리 총리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시리아가 미국 등 서방의 압력에 밀려 지난 4월 철군하면서 타격받은 친시리아계 여당 정치인들은 잇달아 선거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하리리는 27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야당이 128석 중 80~90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하리리와 줌블라트 진영에는 내전 시절 기독교 팔랑헤 민병대 지도자였던 바시르 게마엘의 아내 솔랑주 등도 합류해 있다.

반면, 레바논 시아파의 최고 정치 기구인 헤즈볼라의 본거지인 남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헤즈볼라-아민 연합에 대항할 후보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이스라엘에 대항해 왔으며, 22년 동안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이 결국 2000년 철군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 기독교와 이슬람계 야당의 분열 = 하리리 암살 사건 이후 ‘반시리아’ 구호 아래 결집했던 야당 세력 안에서는 기독교계와 이슬람계 사이에서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리리와 줌블라트의 범이슬람 야당 세력이 강력한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데 비해, 이달 초 14년 만의 프랑스 망명생활을 마치고 마론파의 지지 속에 돌아온 미셸 아운의 ‘자유애국운동’은 결국 무슬림 야당 세력과 통합하지 못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아운은 단일 후보를 내기 위한 줌블라트와의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베이루트 북부의 즈베일-케스르완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출마하겠다고 27일 발표했다.

마론파 기독교 지도자들은 2000년 시리아가 개입해 만들어진 현행 선거법이 기독교계에 불리하다고 비판해 왔으며, 미셸 아운은 하리리 등 이슬람계 야당이 다른 야당 세력의 기대를 저버리고 현행법에 기초해 선거를 치르는 데 동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부 기독교 세력들은 시리아군 철군을 계기로 기독교 세력이 레바논 정치의 중심부를 차지하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으며, 이는 종파간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지난주 기독교계 거주지인 비크파야에서는 시리아군이 폭파해 버렸던 기독교계 민병대 창시자 피에르 게마엘의 동상을 다시 세우는 제막식이 열렸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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