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민병대 바드르여단이 수니파 성직자들을 살해하고 있다.” 이라크 수니파 최고기구인 무슬림학자연합의 하리트 다리 사무총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틀 전 수니파 성직자 15명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 사건은 시아파 민병대와 이라크 내무부가 저지른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다. 바드르여단은 이라크 새 정부를 이끄는 시아파 최대 정당인 이라크혁명최고평의회(SCIRI)가 이란 망명 시절부터 거느리고 있는 민병조직이다. 물론 이에 대해 바드르여단 지도부인 하디 알 아미리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성직자 살해 시아파 국가테러리즘” 지난 4월28일 과도정부 출범 이후 490명 이상이 저항공격 등으로 목숨을 잃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라크에서 민병대가 종파 갈등의 새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시아파와 쿠르드족 민병조직 외에 지난해부터는 이야드 알라위 당시 임시정부 총리가 ‘저항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새 민병대를 잇따라 구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후세인 시절 군 장교였던 아드난 타빗이 지휘하는 ‘경찰특공대’ ‘무타나여단’ ‘하다미야수비대’ 등 1만5천여명의 새 민병조직들이 임시정부 고위관료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5만7천여명의 정규군에 비해 새 민병조직들은 규모는 작지만 결속력이 강해 저항조직을 색출하고 지난 1월 총선을 실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알라위 조직등 지난해부터 우후죽순
이라크의 미군 지휘관들은 <월스트리트저널>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알라위 총리를 통해 이들 민병조직에 자금 등을 지원하고 함께 작전을 벌여 왔다고 인정했다. 바드르여단 사령관이며 제헌의회 의원인 하디 알 아메리는 미국 신문체인 <나이트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보기구는 미 중앙정보국(CIA)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한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새 정부를 구성하고 알라위가 내각에서 방출되면서 사태는 복잡해졌다. 알라위 총리가 민병조직과 보안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 들어선 시아파 지도부는 바드르여단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이피통신>은 지난 16일 새 내무장관 바얀 자브르가 바드르여단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최근 바드르여단이 이라크 보안군과 협력해 작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라위 내각방출뒤 신·구 세력 ‘사병역’ 이라크 새 정부가 정권을 잡자마자 추진한 “바트당 세력 축출” 작업은 바로 군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신·구 지도부의 힘 겨루기였다. 알라위 전 총리, 팔라 나킵 전 내무장관, 압둘라 샤흐와니 비밀경찰 사령관이 모두 바트당 간부 출신인데다 이들이 양성한 민병조직 안에서도 바트당 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최근 이라크를 극비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수니파를 포용하라”고 강조하는 등 시아파 지도부에 바트당 출신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아·수니·쿠르드족의 3각 이해관계에 따라 구성된 이들 민병대가 이라크의 혼란정국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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