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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5 20:43 수정 : 2005.05.05 20:43

5월 이라크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다 폭탄공격에 희생된 인권운동가 말리 쿠지카가 생전에 한 이라크 소녀를 안고 있는 모습. 시빅(CIVIC) 제공.

사망보상금은 1인당 400만원뿐

75%는 지급거절…미 단체 배상법 통과운동

최근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은 미국인 인권운동가 말라 루지카(28). 그는 지난달 16일 이라크인 동료와 함께 민간인 사상자 수를 파악하기 위해 바드다드의 여러 집들을 찾아다니며 조사를 벌이던 중 미군을 겨냥한 차량폭탄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그는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를 위한 운동(CIVIC)’이란 단체를 만든 뒤, 이라크에서 미국의 침공으로 피해를 본 민간인들의 상황을 조사해 세계에 알리고, 그들의 고통스런 삶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데 온힘을 기울여 왔다. 생전에 그의 목표는 미 의회가 피해자들을 위한 2천만달러 규모의 배상법안을 통과시키기는 것이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한 채 결국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은 자신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살아야 하는 이라크 민중들의 현실을 다시 일깨웠다.

미군을 겨냥한 테러뿐 아니라 미군의 무차별 저항세력 소탕작전도 이들에겐 똑같이 생명의 적이다. 실제로 미군은 결혼식장에 모여 있던 하객들이나 민간인들의 집에 폭탄을 투하하고 검문소를 통과하려던 일가족을 향해 총을 쏘는 등 민간인들의 희생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개전 초기부터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를 집계해온 비정부기구 ‘이라크 바디카운트’는 지금까지 민간인 2만1천~2만4천명이 군사작전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10월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는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가 무려 10만여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실리기도 했다.

미군과 이라크 당국의 공식 입장은 민간인 희생자 집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미군의 군사작전으로 숨지거나 부상을 당한 이라크 민간인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미군은 이라크인들이 물질적 손실이나 사망, 부상 등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교전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미군의 과실로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만 한다.


〈로이터통신〉은 인권단체 등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교전상황’에 대한 미군의 규정이 정확하지 않고 보상 신청 과정이 복잡하고 불합리해 신청자의 4분의 3은 거절을 당하며 보상액도 보잘 것 없다고 4일 보도했다.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미군의 평균 보상액은 4421달러(약 440만원)이다. 이라크 복무 중 사망한 미군의 유가족 보상금은 최대 50만달러(약 5억원)이다.

더구나 미군은 민간인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부분 면책을 받고 있어 미군의 폭력적인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3월 인질로 잡혔던 여기자를 구출한 뒤 미군의 사격으로 숨진 이탈리아 정보요원 니콜라 칼리파리 사건에 대해서도 최근 미군은 책임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지난해 11월 팔루자의 모스크에서 부상당한 채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있던 이라크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생생히 잡혀 비난을 받았던 미 해병대원에 대해 미 해병대 1사단은 4일 교전규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군사법정에 세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최근 정국 혼란으로 유혈충돌이 다시 심해지고 있어 이런 일들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박민희,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이라크 공포’ 미군 지원자 격감

3개월 연속 목표치 미달
마약범등 입대권유 편법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반격이 심해지면서 미군 사상자 행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육군 신병이 3개월 연속 모집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영국 〈비비시 방송〉이 3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월에 신병 모집이 목표치의 73%에 그치고, 3월에는 68%로 더 떨어진 데 이어, 4월 잠정 집계 결과도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미 해병대 역시 4월 신병 지원이 목표치에 9% 모자랐다. 미군의 신병 모집이 목표치에 미달한 것은 2000년 5월 이후 처음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미 국방부는 모병관 수를 늘리고, 새로운 홍보·광고 방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대변인은 전했다. 미 육군은 올 회계연도(2004년 10월~2005년 9월) 동안 총 8만명의 신병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군이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구인난’에 시달리자 규정을 무시한 신병 모집이 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모병관이 규정상 입대 무자격자인 전과자나 정신병력자, 마약범죄자들에게 접근해 편법을 알려주며 입대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적절한 모병 적발 사례는 1999년 199건에서 2003년 279건, 지난해 320건으로 늘어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강김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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