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 내각 구성 완료…명단 비공개
[4판] “이라크를 독자적인 행정기능을 갖는 5~6개 연방주로 분할해야 한다.”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분할통치론이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등을 발행하며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중동 전문가인 데이비드 필립스는 27일 ‘이라크 권력 분할’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라크를 단일한 중앙정부가 존재하는 연방국가로 만들되 지역별로 분할된 각 주에 독립된 행정기능을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저항공격이 다시 거세지고, 종파간 분열을 부추기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는 이라크 상황에서 국무부 선임보좌관 출신인 필립스의 제안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떠오르는 이라크 분할론=필립스는 “새로운 이라크에서는 연방정부의 권한으로 명시되지 않은 모든 사안은 연방주들이 관할해야 한다”며 남부와 중부 시아파 지역이 2~3개 주를 구성하고, 수니파 지역인 서부와 중부 일부가 하나의 주를 이루며, 북부 쿠르드 지역과 바그다드가 각각 한 주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이 보고서가 아랍어로 번역돼 곧 이라크 정부와 의회에 전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필립스는 이라크를 이렇게 분할할 때 세계 3위의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이라크의 막대한 석유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석유 수입의 일부를 가지고 나머지는 인구 비율에 따라 연방주들에 배분한다’고 언급했다. 이라크의 원유는 대부분 시아파 지역인 남부와 쿠르드족이 많은 북부 유전도시 키르쿠크에 매장돼 있으며, 수니파들이 주로 거주하는 중부에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 따라서 만약 석유 수입의 많은 부분이 각 자치주에 돌아간다면 수니파들은 거세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라크 상황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라크 조기철수론이 나오고 있지만 경솔한 철수는 재앙이 될 것이며 미국은 이라크에 남아 적극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각 27석 의회 승인
석유·국방등 5석 ‘대행’ ◇ 빈자리 남은 내각 구성=1월 말 총선 이후 석달을 질질 끌던 이라크 내각 구성이 마침내 끝났다. 이라크 제헌의회는 28일 의원 275명 중 185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브라힘 알자파리 과도정부 총리가 제출한 내각 구성안을 180명의 찬성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37명의 내각 구성원 중 2자리는 빈자리로 남았고 5개 부처의 장관도 임명하지 못해 장관대행을 임명했다. 국방장관은 자파리 총리 자신이 임시로 대행하기로 했으며, 석유장관 대행은 부총리로 임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메드 찰라비가 맡기로 했다. 이라크 지도부는 최근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 정부가 나서 어서 내각을 구성하라고 압박하자 서둘러 조각을 마무리했으나, 내각이 불완전하게 출범함에 따라 과도정부는 당분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니파와의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니파가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고, 시아파 내에서도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공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성 의원인 라미아 아베드 카두리 알사크리(51)가 27일 바그다드의 자택에서 무장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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