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수반선거에서 아바스가 승리하자 9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총과 아바스의 사진을 든 파타당 지지자들이 자동차로 거리를 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라파/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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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 이스라엘에 공식제안 [6판]10일 마무드 아바스(69)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당선이 공식 발표된 뒤 중동평화 협상이 재개될 분위기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아바스 당선자는 당선 발표 직후 “우리는 정의에 기반한 평화를 실현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바란다”며 중동평화 로드맵에 기반한 평화협상을 다시 시작하자고 이스라엘에 제안했다. 양자 간의 평화협상은 2000년 9월 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가 일어난 뒤 중단됐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바로 아바스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백악관으로 공식 초청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바스 의장에게 “안보와 테러리즘, 경제회복과 민주적 제도 수립 등 중요 과제들을 이루도록 돕겠다”고 말했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함께) 두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이 국가제도를 발전시키기 시작할 때 이스라엘이 그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환영하면서 아바스가 무장세력들의 공격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아바스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하고 1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앞서 10일 이스라엘 의회는 격론 끝에 샤론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노동당 등의 새 연립내각 구성안을 58 대 56으로 통과시켰고, 새 연립정부는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샤론 총리는 아바스 당선자와의 협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 관리들도 샤론 총리가 아바스와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면적인 평화협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국가를 수립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의지는 아바스 당선자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주제 마누엘 바로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아바스의 당선은 민주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조심스러운 경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새 지도부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전면 철수, 팔레스타인 국가의 새 수도로서 동예루살렘, 주변국 난민촌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 등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스라엘이 이런 조건들을 받아들일 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대변인 마무드 자하르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아바스와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이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바스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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