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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5 18:00 수정 : 2005.03.15 18:00

즉각 철군·대통령 퇴진 요구
종파간 세대결 정국으로 번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14일 수십만명이 몰린 가운데 전례없는 대규모 반정부·반시리아 집회가 열리는 등 정국불안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15일 “레바논 전역에서 몰려온 시위대로 베이루트 중심가 순교자 광장은 발디딜 틈조차 없었고, 인근 거리도 시위인파로 가득찼다”며 “이 정도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아랍권에서 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 한달째를 맞아 벌어진 이날 시위에서 참석자들은 시리아군의 즉각·전면 철수와 함께 레바논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으며, 일부 시위대는 친시리아계 에밀 라후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기독교도와 이슬람 수니파·드루즈파 등 주요 종파 주민들이 고루 모였으며, 친시리아계로 분류되는 시아파 주민까지도 일부 합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방송〉은 이날 시위 참석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으며, 〈에이피〉 등 외신들은 적어도 80만명 이상이 몰려든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시위로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 뒤 격량에 휩싸인 레바논 정국이 종파간 세대결로 번지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시아파 최대 정치단체 헤즈볼라가 주최한 친시리아·반미 시위엔 5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바 있다.

한편,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 진상조사를 해 온 유엔 특별조사팀은 레바논과 시리아 양국 정부 최고위층이 암살사건 현장에서 핵심 증거를 감추는데 연루됐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암살 현장에서 사고차량이 사건발생 몇시간 만에 어디론가 치워지는 등 증거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게 조사결과 드러났다”며 “이와 관련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16일 레바논·시리아 군부 정보 관계자들이 하리리 전 총리 암살에 연루돼 있다는 내용의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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