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여성들이 6일 예루살렘 외곽의 요르단강 서안 아부 디스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보안 장벽 위에 붙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국가수반 후보의 선거벽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서안/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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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선거 압승예상…강경 하마스 끌어안기 난제 야세르 아라파트 사후 중동 정세의 앞날을 가름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가 9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 판세로 볼 때 숨진 아라파트 수반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후계자인 마무드 아바스(69)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압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팔레스타인 정치조사센터가 지난달 30~31일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등지에서 유권자 1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바스 의장은 가자지구에서 70%의 지지율을 얻는 등 전 지역에서 평균 65%의 지지율을 얻었다. 무명의 정치 신인에서 일약 여론조사 2위에까지 오른 인권운동가 출신 무스타파 바르구티(50)가 22%의 지지율을 얻었을 뿐, 나머지 5명의 후보들은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팔레스타인 정치권에서 영원한 2인자로 통했던 아바스 의장은 지난해 11월11일 아라파트 수반이 숨을 거둔 직후 그의 뒤를 이어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직을 승계하면서 일찌감치 차기 자치정부 수반 자리를 예약해뒀다. 그는 팔레스타인 최대 정파인 파타당의 공식 후보로 지명된 뒤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한편으론 무장투쟁 중단과 평화협상 재개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집권 뒤 자신의 최대 견제세력이 될 무장세력 끌어안기에 골몰해왔다. 특히 지난달 말 실시된 일부 지역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이슬람저항운동(하마스) 진영이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민심을 등에 업고 곳곳에서 선전을 하면서 아바스 의장과 집권 파타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치정부를 탄생시킨 오슬로 평화협정을 정면에서 반대했던 하마스는 이번 수반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으며, 지지자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지난달 실시된 지방선거는 집권 파타당이 낙승을 예상하는 지역에서 우선 실시된 것”이라며 “하마스가 지원했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얻은 승리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선전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파타당의 바램이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거운동 초기만 해도 “지난 4년간 이어져 온 무장 인티파다는 실패했다”며 강경파를 몰아세웠던 아바스 의장은 최근 태도를 바꿔 강경파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이스라엘군이 쏜 포탄에 맞아 과일을 줍던 팔레스타인 10대 7명이 목숨을 잃은 뒤 이스라엘을 겨냥해 ‘시오니스트 적국’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론의 지지도는 급상승했지만 여전히 풀뿌리 지지층이 빈약하다는 것도 집권을 앞둔 아바스 의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아부 마젠(아바스의 애칭)은 아라파트의 길을 간다’는 구호를 내걸고, 최근 부쩍 아라파트 수반의 상징인 ‘카피에’를 목에 걸치고 유세에 나서는 것도 이를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세련된 변호사 출신인 그가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향수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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