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국 핵보유 조장·이중잣대 부각키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아랍 국가들은 오는 5월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문제삼는 중동 비핵지대 방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아랍 국가들은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가 중동지역 핵 확산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라는 점과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문제삼지 않으면서 이란과 다른 아랍 국가들에 대해선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장관인 사우드 파이잘 왕자도 최근 <뉴스위크>와 회견에서 “항상 이란은 문제삼으면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에 대해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중동의 비핵지대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지난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의혹이 “다른 아랍 나라들이 비슷한 능력의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랍연맹은 2003년 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엔피티 조인과 핵 시설에 대한 사찰 허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리엘 샤론 총리는 “핵무기 보유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정책이 실효가 있는 것으로 입증돼 앞으로도 이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은 의회 보고에서 이스라엘이 1970년대부터 핵무기를 비축해왔으며, 현재 200~300개의 핵 폭탄과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정보 소식통은 최근 이스라엘이 핵 탄두 장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의 잠수함 발사를 시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자신들의 핵무기가 다른 나라에 위협을 가하지 않고 이웃국가들의 침공에 대한 억지력일 뿐이라면서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자국에 위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 비핵화 개념을 지지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가 이란 등의 핵무기 보유 움직임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으며, 중앙정보국(CIA)은 6개월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대량살상무기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최근 내놓은 중동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보고서에 참여한 조지 퍼코비치는 “목표가 안전보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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