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협상통해 해결 유럽노선 지지”
미국이 이란의 비밀 핵무기 개발시설이라고 비난해온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에 러시아가 핵연료를 공급하는 협정을 맺은 데 대해 미국의 강경파들이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일단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럽의 노선을 지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내년 중반 핵연료 공급=27일 이란의 첫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에 대한 핵연료 공급 협정에 서명한 러시아는 미국 등의 반발을 고려해 사용이 끝난 폐핵연료를 다시 반환받는다는 조건을 붙였지만, 이 과정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정에 서명한 알렉산드르 루체프 러시아 원자력기구 의장은 부셰르 원전이 2006년 말부터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란 관리들은 내년 중반께 시험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는 약 두달 뒤 핵연료봉을 선적하기 시작해 내년 중반에 100t 정도를 공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8억달러짜리 부셰르 원전을 비롯해 이란의 여러 원전 공사에 참여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란은 러시아의 기술로 건설될 여러 원전에서 2021년까지 7천㎽(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 미국내 반발=부시 대통령이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뒤 사흘 만에 이번 협정이 맺어지자 미국 안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존 매케인 의원(공화당)은 “이 협정은 비정상적”이라며 “미국과 유럽 동맹들은 러시아가 오는 7월 주요8개국(G8) 회담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전했다. 특히 28일 개막된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를 앞두고 1987년 파키스탄의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 일행이 이란과 핵무기 개발 기술 판매협상을 벌였다는 정보가 공개되자, 강경파들은 이란이 계속 핵무기 보유를 추구해 왔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시비에스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러시아는 국제법에 따라 일을 처리해 왔으며, 이란도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다만 폐핵연료가 실제로 러시아에 반환되는지를 제대로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부시 행정부 일단은 협상=지난주 유럽 순방에서 프랑스, 독일 정상들과 이란 문제를 논의했던 부시 대통령은 일단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면 세계무역기구 가입 지지, 경제원조 등 ‘당근’을 주는 유럽연합의 협상 노선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국무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협상이 실패하면 미국이 주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유럽 나라들의 동의를 쉽게 얻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알자지라>는 6월에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 때까지 유럽과 이란의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문서가 35개 이사국들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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