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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5 18:50 수정 : 2005.02.15 18:50

미-이라크 시아파-이란 총선뒤안 ‘삼각’ 줄다리기
지난달 30일 이라크 제헌의회 총선이 예상밖의 높은 참여율 속에 막을 내린 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를 ‘대단한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친이란계 시아파의 낙승과 독립을 꿈꾸는 쿠르드족의 급부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최종 선거결과가 나온 지금 미국은 과연 원하던 것을 얻은 걸까?

◇ 시아파 득세와 미국의 의도=선거결과 발표 직후부터 대부분의 외신들은 이라크에서 ‘이란식 신정체제’의 등장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과 막대한 인적피해를 감수했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에게 이라크를 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악의 축’인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자리를 또다른 한 축인 이란의 조정을 받는 ‘대리인’으로 채우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낙승한 통일이라크연맹(UIA)의 핵심 인물 대부분이 이란 망명객 출신인데다, 이들의 선전을 가능케했던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 역시 이란 출신이다. 일부 수니파들이 이들을 가리켜 ‘이란의 첩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미국이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기다린 게 시스타니의 축복을 받는 시아파 정권 등장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라크 시아파는 자신들의 이란 ‘형제’들과 합세해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막강한 힘을 갖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와는 사뭇 다른 분석도 만만찮다. 통일이라크연맹은 과반에도 못미치는 득표율을 올려, 정부 구성 과정에서 여타 정치세력과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각 정치세력의 치밀한 이해타산에 따라 들어설 제헌정부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도에 이끌려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에이피통신>은 14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 연구실장의 말을 따 “미국으로선 특정세력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게 최선의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군 주둔, 여전한 정국 뇌관=이야드 알라위 현 임시정부 총리가 저조한 득표율(약 14%)로 날개가 꺾이긴 했지만, 이를 친미파의 퇴조로 연결하는 시각은 조금 성급해 보인다. 통일이라크연맹이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한 것으로 알려진 이브라힘 자파리 이슬람다와당 당수(임시정부 부통령)는 “미군 조기철수는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반미정서가 강한 시아파 정치세력이 득세한다해도 미군의 조기철수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총리직 출마를 포기했지만 총선 결과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떠오른 압둘 아지즈 하킴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 의장도 미군 조기철수론을 사실상 거둬들였고, 온건 수니파인 가지 야와르 현 임시정부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압델 마흐디 현 임시정부 재무장관도 지난해 12월22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 원유산업의 민영화 방침을 밝혀 미 행정부 안팎에서 상당한 지지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거불참을 공개 선언하고도 제헌의회에 일부 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시아파 강경 지도자 무크타다 사드르가 미군 철수 시한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설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유력한 수니파 종교지도자 모임인 이슬람학자협회(AMS)도 선거 직후 미군 철수시한 공개를 조건으로 새 정부와 협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단체의 수장격인 압둘 살람 쿠바이시는 최근 사드르 쪽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 이라크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미국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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