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럽중재 일축 원전계획 재천명 돌변
후폭풍 두려움…이스라엘 대리전 전망도 이란이 13일 핵개발 동결에 대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 주요국들의 제안을 일축하고 중수로 원전계획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핵개발 의지를 재천명하고 나섬에 따라 미국의 군사적 대응방안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일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주요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하면서 핵무기 개발 포기를 촉구하면서도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해 동맹국과 협의를 거친 해결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영·프·독의 중재를 받아들였던 이란이 강경입장 쪽으로 돌변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전면부인했지만, <뉴요커>의 탐사전문기자인 시모어 허시는 지난달 16일치 기사에서 미국정부가 지난해 여름부터 이란의 핵·화학·미사일 무기 목표물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적어도 지난해 여름부터 비밀정찰작전을 수행해 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 이란 핵시설 공격의 어려움=이란의 핵관련시설은 1981년 이스라엘 공군이 감행했던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에 대한 정밀폭격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난점을 안고 있다. 오시라크 원전 폭격은 △식별이 가능한 취약한 원전 한 곳이 목표물이었고, △프랑스 첩보원의 정밀한 지원이 있었고 △당시 이라크가 이란과 전쟁 중이었다는 여러 성공요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란의 경우 핵심적 핵관련시설들이 산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하에 은닉되어 있고 일부 시설은 전혀 접근이 어려워 관련정보가 부재한 상황이어서 정확한 첩보수집과 목표물 선정이 어렵다. 또 무시할 수 없는 이란의 방공능력과 이라크 주둔 미군 및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이란의 군사적 보복능력, 중동 석유의 40%가 통항하는 호르무츠해협에 대한 봉쇄 가능성, 그리고 이란과 연계한 알카에다와 헤즈볼라에 의한 대미 테러 가능성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스라엘의 대리 군사행동 가능성=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이란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스라엘 파괴를 공공연히 선언한 이란에 대해 자위차원에서 행동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10월 독일 <슈피겔>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선제공격계획을 끝마쳤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작전반경 2225㎞의 F-15기 25대와 2100㎞의 개량된 F-16기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9월엔 2m가 넘는 강화콘크리트도 깨뜨릴 수 있는 항공 투하용 벙커버스터인 BLU-109 구입에 3억19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군사안보관련 웹사이트인 <글로벌시큐리티>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2003년 이라크 개전 초기 공습과 같은 양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시라크 공습은 6대의 F-15의 엄호를 받는 8대의 F-16기가 감행한 공습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주둔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중동국가들의 태도 때문에, 미국은 본토에서 직접 날아오거나 디에고가르시아 기지에서 발진하는 B-2 스텔스 폭격기와 F-117 전폭기, 그리고 해상 발진 전폭기 및 해상발사 토마호크를 활용해야 할 형편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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