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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16:46 수정 : 2019.12.18 17:18

미국 하원의 탄핵안 표결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발언 도중 생각에 잠긴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18일 하원 탄핵표결 앞두고 2780단어 편지
“권력남용·쿠데타·마녀재판·무효…” 장광설
결백 주장하며 “역사가 당신들 심판할 것”
민주당 전열 흔들고 지지층 결집 의도

긴즈버그 대법관 “대통령은 변호사 아냐”
미 학자 700여명 “트럼프는 명백한 위험”

미국 하원의 탄핵안 표결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발언 도중 생각에 잠긴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추궁하는 하원의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17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에게 분노와 악담으로 가득 찬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무려 2780여개의 단어를 쓴 6쪽짜리 서한에서 트럼프는 하원의 탄핵 절차가 “전례 없는 위헌적 권력남용”이자 “쿠데타 시도”이며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을 “세일럼 마녀재판의 피고”에 빗대며 “역사가 당신들을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라고도 했다. ‘세일럼 마녀재판’은 17세기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 마을에서 약 200명의 무고한 주민들이 마녀로 고발되고 25명이 처형과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직접 집필한 서한에서 하원의 탄핵을 ‘무효의’, ‘악의적인’, ‘지독한’, ‘쓸데없는’, ‘끔찍한’, ‘솔직하지 못한’, ‘근거 없는’, ‘가당찮은’, ‘위험한’, ‘가짜’, ‘판타지’, ‘불법적인’ 같은 단어들로 묘사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무고한”이란 단어를 세 차례, ‘권력남용’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나 쓰며 민주당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자신을 방어했다. 탄핵 추진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선 “어떠한 범죄, 잘못된 행위도 포함하지 않았다", “대가성(퀴드 프로 쿼)이 없었다”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민주)이 지난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탄핵의 핵심 사유인 ‘권력남용’과 ‘의회 방해’에 대해서도 “상상력으로 지어낸 날조”라거나 “터무니없고 위험하다”며 “이건 당신들(민주당)의 권력남용이다. 당신들이 대통령이 했다고 비판하는 바로 그것을 하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횡포에 자신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부풀리며, 탄핵의 부당함을 강조해 민주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오는 2020년 대선에서 미국 국민은 당신과 민주당이 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당신들이 행한 정의의 왜곡과 권력남용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 생각을 영구히 지워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기려 이 편지를 쓴다”는 문장으로 장광설의 서한을 끝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연방하원의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17일 저녁, 뉴욕에서 시민들이 ‘반역자, 탄핵·축출’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탄핵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최고령 연방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6) 대법관은 17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변호사가 아니며, 법적 훈련을 받지도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 중단’ 요구를 일축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또 공화당 다수인 상원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지난주 ‘상원의 탄핵심판 결론이 이미 (무죄방면 쪽으로) 정해져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만일 판사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는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16일 미국의 역사학자와 법학자 등 700여명도 공개서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에 대한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하원의 탄핵안 통과를 촉구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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