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2 17:13
수정 : 2019.11.13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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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디즈니의 상속자이자 영화감독인 애비게일 디즈니(59)가 미국 억만장자 18명과 함께 2020년 미국 대선 주자들에게 소득 상위 1%에 대한 부유세 신설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뒤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CN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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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오케이, 부머” 이은 사이다 발언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우린 늙었다” 성찰
“신세대의 정당한 분노 모르면 바보” 지적
‘슈퍼리치 증세’ 요구해온 ‘애국적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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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디즈니의 상속자이자 영화감독인 애비게일 디즈니(59)가 미국 억만장자 18명과 함께 2020년 미국 대선 주자들에게 소득 상위 1%에 대한 부유세 신설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뒤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CN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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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오케이, 부머’라는 말에 ‘대체 당신/우리 부머 세대가 잘못한 게 뭔데’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이 그렇게 쉽게 화를 내본 게 언제였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다는 걸 직시합시다. 당신은 늙었어요. 아직 완전히 시대와 동떨어진 건 아니지만, 날마다 뒤처지고 있다구요.”
미국 디즈니의 상속자이자 영화감독인 애비게일 디즈니(59)가 지난 10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연속으로 올린 5개의 포스팅 글에서, 동료 부머 세대의 ‘꼰대질’에 통렬한 쓴소리를 날렸다. 젊은이들에겐 속이 탁 트이는 사이다 발언이기도 했다. ‘부머’는 미국과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여년간의 경제 호황기에 태어나 풍족한 삶을 누리고 은퇴 이후에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를 가리킨다.
앞서 지난 4일 뉴질랜드 의회에서 20대 여성 정치인 클로에 스와브릭(25·녹색당) 의원이 ‘탄소 배출 제로’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중 기성세대 의원들이 야유하자 “오케이. 부머”라고 ‘쿨’하게 응수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환호했다. “오케이, 부머”는 나이 든 세대가 늘어놓는 잔소리와 참견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응을 강렬하고도 간명하게 축약한 신조어로 급부상했다. 우리말로 “네, 됐고요!”에 딱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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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뉴질랜드 의회에서 클로에 스와브릭(25·녹색당) 의원이 ‘탄소 배출 제로’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스와브릭은 발언 도중 기성세대의 야유를 ‘오케이, 부머’ 한마디로 제압해 버렸다. abc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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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보시라, 요즘 아이들은 당신과 내가 그들에게 존중하라고 가르쳤던 모든 것이 위협받는 변화의 물결(문자 그대로)에 얼굴을 숙이고 있다””며, 기성세대가 넘겨준 환경 오염, 기후변화, 성적·인종적·경제적 불의를 하나하나 열거했다. 기성세대의 젊은 시절을 상기시키며 역지사지를 말하기도 했다. “아, 그리고 (우리도 젊었을 때) 서른 살 넘은 누구도 믿지 않았던 걸 기억하는 이 없나요? 당신이 밀레니엄 세대의 이유 있는 분노에 반대하면 할수록, 당신은 그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증명할 뿐이에요.”
디즈니는 끝으로 “요즘 젊은 세대가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멍청이들의 절반은 선입견과 편견의 열차에 올라탄 거라고 장담한다”며 “제발 좀 닥치고 앉아서 젊은이들이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게 어떻겠냐”고 일갈했다. “지금은 당신이 멋진 직업을 갖고 누렸던 시절과는 다르고 당신은 늙었으니, 역사가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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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게일 디즈니가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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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11일 “디즈니가 동 세대에게 말을 건네면서 “오케이 부머”라는 표현을 쓴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의 형이자 디즈니 공동창업자인 로이 디즈니의 손녀다.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부자지만, 기업 경영자들의 고액 연봉과 부자 감세에 앞장서 반대하며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디즈니는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깜짝 방문했다가 종업원들이 받는 열악한 임금과 경영진의 천문학적 연봉의 격차에 “제정신이 아니다”(insane)며 격분하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의 지난해 연봉과 성과급을 포함한 보수 총액이 6560만달러(약 760억원)으로 디즈니 직원 연봉 중간값의 1424배나 됐다. 디즈니는 자신이 스물한 살 이후 지금까지 모두 7000만달러(약 813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며, 아이거 최고경영자에게도 성과급의 절반을 저임금 고용자들을 위해 양보할 것을 제안했지만 답변을 받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2010년 출범한 ‘애국적 백만장자들’의 회원으로, 2016년 뉴욕 갑부들과 함께 소득 상위 1%에 대한 부유세를 부과해달라는 청원을 내는 등 꾸준히 ‘부자 증세’를 촉구해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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