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4 08:08
수정 : 2019.07.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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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앙TV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며 공개한 미사일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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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재법 및 규정 위반·사기·돈세탁 등 혐의…2016년 미 제재대상 올라
“중국업체, 제재 대상 북한 탄천상업은행·조선혁신무역회사 연계”…“중국 거주 추정”
미국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막기 위한 대북 제재를 회피해 북한 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려 한 혐의로 중국 국적자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AF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법무부는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와 관련해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단둥훙샹실업발전의 마샤오훙 대표와 이 회사 최고 경영진 3명이 뉴저지주 연방대배심에 의해 전날 재판에 넘겨졌다고 밝혔다.
마 대표 외에 단둥훙샹의 총지배인 저우젠수, 부(副)지배인 훙진화와 재무 매니저인 뤄촨쉬가 함께 기소됐다.
이들은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미국 상대 사기 및 IEEPA 위반 음모,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 규정(WMDPSR)에 따른 제한 위반 및 회피 음모, 금융기관들을 활용한 돈 세탁 음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
1997년 발효된 국제비상경제권법에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 국가, 회사, 개인 등에 대한 제재와 제재 유지 및 해제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및 중국과의 무역협상 재개를 앞둔 시점에 나온 것으로, 제재 유지 및 공조이탈 차단과 관련한 미국측의 대북·대중압박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검찰은 이들을 2016년 8월 연방 대배심으로 넘긴 바 있다. 대배심을 통한 이번 정식 기소는 혐의를 적발한지 약 3년 만에 이뤄졌다. 당시 미국은 형사 처분과 함께 재무부를 통해 단둥훙샹과 최대주주 마샤오훙 등회사 수뇌부 중국인 4명을 제재 리스트에 등재했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북한 핵무기·미사일 등 WMD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미국 형사법상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나 일정 형량 이상이 적용되는 연방 형사 사건에서는 대배심을 거쳐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대배심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토대로 판단을 내린다.
존 데머스 법무차관보는 "피고인들은 20개가 넘는 유령회사를 이용해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여한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을 대신해 불법 금융 거래를 은폐하려 한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마 대표와 그의 직원들은 제재 조치를 회피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자들과 거래를 함으로써 미국을 기만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단둥훙샹은 산업 기계·장비 도매업체로, 주요 사업은 북한과의 수출입 무역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단둥훙샹은 북한의 조선광선은행(KKBC)과 협력했으며 이 회사는 탄천상업은행과 조선혁신무역회사 등 두 곳의 다른 제재 대상과 연계돼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탄천과 조선혁신은 미국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및 재래식 무기와 관련한 상품과 장비의 주요 수출 기관이자 최고의 무기 거래상으로 간주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의 연계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조선광선은행 역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의해 2009년 7월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목록에 올랐다. 단둥훙샹은 2009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북한에 대한 불법적인 상품 판매를가능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미 검찰은 마 대표가 경영진과 공모해 많은 위장회사를 만든 뒤 제재를 피해 달러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들은 미국에 주재원을 둔 중국 은행에 위장회사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 이를통해 북한으로 물품을 수출할 때 달러 거래를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단둥훙샹은제재 대상인 KKBC가 연루된 거래를 미 은행 시스템에서 숨기기 위해 위장회사를 이용했다.
위장회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세이셸군도, 홍콩, 웨일스, 잉글랜드, 서인도제도 앙귈라 등지에 세워졌다.
IEEPA 위반은 최고 징역 20년과 벌금 100만 달러, IEEPA 위반 음모 및 사기는 최고 징역 5년과 벌금 25만 달러, 돈 세탁은 최고 징역 20년과 벌금 50만 달러에 각각 처해질 수 있다.
법무부 대변인은 4명의 신병과 관련, 이들이 미국에 구금돼 있지 않으며 중국에거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북중 접경인 단둥에서 무역 중개업을 해온 여성 기업인 마샤오훙은 올해 49세로, 한때 대북교역의 큰손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미 재무부는 2016년 4명을 제재하면서 이를 중국 측에 통보했으며 중국은 단둥훙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이후 마 대표가 구속됐고 경제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작년 1월 중국 정부는 그와 파트너들이 북한 무기 프로그램을 도왔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경제범죄 혐의는 여전히 조사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훙샹그룹 본사는 2017년 봄 문을 닫았지만 다른 자회사는 영업을 계속 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국의 안보연구기관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2017년 보고서에서 마샤오훙의 네트워크가 4개 대륙의 43개 기업에 걸쳐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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