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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4 15:45 수정 : 2019.07.14 20:42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4일부터 미국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13일 시카고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구금과 추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외치며 이민세관단속국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재선 위해 트럼프 반이민 정책 강화
“불법 이민자 찾아내 돌려보내겠다”

트럼프, 14일부터 대대적 단속 예고
뉴욕선 13일 할렘 등서 단속 들어가

이민자들 ‘가족 생이별 될라’ 초긴장
시카고 등 미 전역 수천명 항의시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4일부터 미국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13일 시카고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구금과 추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외치며 이민세관단속국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4일부터 국내 10대 도시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돌입했다. ‘반이민 정책’을 앞세워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들을 되돌려보내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이민자 사회가 초긴장하는 가운데,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등 단속이 예고된 도시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인권적 이민 정책에 반발하는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항의 집회·시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민 당국이 일요일(14일)부터 전국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낼 것”이라며 대대적 단속을 예고한 바 있다. 야당인 민주당의 반발을 수용해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단속을 한차례 미룬 바 있지만, 재선 도전 첫 일성으로 밝힌 미국 내 수백만명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 계획을 접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남미 출신 불법 체류자가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백인 노동자 등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미국 국경을 넘다가 리오그란데강에서 익사한 부녀 사건을 비롯해 국경 지역 이민자 구금 시설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도리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극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반이민 정책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의 단속 작전이 예고된 도시는 애틀랜타, 볼티모어, 시카고, 덴버,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10곳이다. 그러나 허리캐인이 강타한 뉴올리언스와 휴스턴은 일단 유예됐다. 단속 대상은 일단 법원의 추방 명령이 떨어진 불법 체류자 2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연히 단속 현장에 같이 있다가 적발된 다른 불법 이민자 역시 2차적인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이민자 권익보호 단체 등은 이번 단속이 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까지 부당하게 겨냥해 불법 이민자인 부모와 미 시민권자 자녀 등 가족간 생이별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불법 이민자 단속을 앞두고 해당 지역의 이민자 단체 등엔 직장에 일하러 나가도 되는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여부를 불안하게 묻는 전화들이 빗발쳤다. 또 지난 12일 덴버 이민세관단속국 앞에서 2000명이 항의 집회에 나선 것을 비롯해 시카고와 피닉스, 뉴욕 등에서 인간의 존엄을 외치며 수천명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시 당국이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 정책을 선포했고, 마이클 핸콕 덴버 시장을 비롯해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이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의 체포 작전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행정부의 정책에 공공연히 반기를 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는 급습하듯 일정을 당겨 단속 작전을 강행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단속이 요일로 예정돼 있지만, 이민세관단속국 직원들이 이미 13일 뉴욕 할렘과 브루클린의 선셋파크 일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체포에 나섰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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