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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1 14:56 수정 : 2019.07.11 19:35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 야스민 후아레스가 10일 미 하원 민권·시민자유 감독·개혁 소위원회의 공청회에 나와 딸의 사진을 곁에 둔 채 미국 남부 국경지대의 열악한 이민자 구금시설에서 딸 마리에를 잃게 된 사연을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제대로 된 치료 못 받아 19개월된 딸 잃은 과테말라 여성
“더 나은 삶 꿈꾸며 미국 왔는데 아이 고통스러운 죽음 지켜봐”
미 하원 청문회에 나와 실태 증언…“전세계 이런 실태 알아야”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 야스민 후아레스가 10일 미 하원 민권·시민자유 감독·개혁 소위원회의 공청회에 나와 딸의 사진을 곁에 둔 채 미국 남부 국경지대의 열악한 이민자 구금시설에서 딸 마리에를 잃게 된 사연을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저는 오늘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미국 국경 구금시설에 붙잡혀 지내다 19개월 된 딸을 잃은 이민자 여성이 10일 미 의회에서 열악한 구금시설의 실태를 증언하며 눈물로 개선을 호소했다.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경지역 구금시설의 열악한 사정과 이민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처우가 잇따라 공개되며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 야스민 후아레스(21)는 이날 미 하원 민권·시민자유 감독·개혁 소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지난해 미국 텍사스 딜리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의 구금시설에서 지내다가 딸 마리에를 잃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했다.

지난해 3월 미국 남부 국경지역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딸 마리에는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국경세관보호국에 붙들린 직후 후아레스 모녀는 ‘얼음 상자’라고 불릴 정도로 추운 시설에서 30명의 사람들과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텍사스 딜리에 있는 다른 구금시설로 옮겨졌다. “당시 시설엔 아픈 아이들 몇몇이 눈에 띄었지만, (당국은) 이들을 격리 보호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게 후아레스의 얘기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당·뉴욕)이 10일 미 하원 미 하원 민권·시민자유 감독·개혁 소위원회의 공청회 도중 구금시설에서 딸을 잃은 과테말라 여성의 증언을 듣던 중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결국 일주일 뒤, 마리에도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줄을 서 만난 의사는 마리에에게 호흡기 감염 진단을 내렸고, 꿀과 타이레놀을 처방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병세가 나아지기는커녕, 열을 동반한 설사와 구토까지 하며 빠르게 악화됐다. 이후 항생제 처방을 한 차례 더해주긴 했지만, 좀 더 정밀 검진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는 묵살됐다. 구금시설에서 풀려난 뒤에야 아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에 갈 수 있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이는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6주를 버티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마리에가 세상을 떠난 날은 과테말라의 ‘어머니 날’이기도 했다. 그는 “더 나은 삶, 안전한 삶을 꿈꾸며 미국에 왔지만, 이곳에서 아이가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걸 보아야만 했다”며 “전 세계가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 안에서 수많은 아이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을 듣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민주당·뉴욕)은 얼굴을 손에 묻고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시비에스>(CBS) 방송은 전했다. 엘리야 커밍스 의원(민주·매릴랜드)은 이날 청문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아레스 가족의 비극에 대해 “정부가 후원하는 대규모 아동 학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후아레스는 이민세관단속국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아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며 지난해 6000만달러(7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은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 남부 국경지역에서 체포된 뒤 사망한 어린이만 최소 5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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